할리웃과는 조금 다른 프랑스 문화
프랑스 영화 Le Choristes를 보았다. 우연히 불어 공부 책에서 대화 속에 등장한 영화라 찾아보게 되었다. 액자식 구성으로 이미 자란 두 주인공이 과거 선생님을 회상하며 잔잔한 감동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경은 2차 대전 직후의 프랑스 시골 마을 기숙학교이다. 음악선생으로 온 마티유 선생님은 문제아들로 가득한 학교 내에서 어떻게 하면 애들에게 좋은 교육을 할지 고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한 악동들을 다루기 위해 교장 선생님 라신은 학생들을 엄격하고 혹독하게 다룬다. 다양하지만 가지각색의 캐릭터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과거 나의 중학교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영화의 정점은 단연 백작 부인 앞에서 준비해왔던 합창을 시연하는 장면이다. 뜻밖의 독창을 하게 된 모항쥬는 마티유 선생님과의 눈빛 교환으로 그동안에 있었던 죄를 용서받는 듯 보인다. 천상의 목소리처럼 아름다운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아역이지만 어린 배우의 눈빛 연기도 훌륭했다. 스토리도 나름 좋았고, 음악 영화인 만큼 BGM도 훌륭했다. 90분대의 비교적 짧은 러닝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충분히 아름답게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라 본다. 그만큼 구성이 알차다.
당시 전쟁 후 어수선했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던 영화였다. 영화 내내 흐르는 저음으로 흐르는 불어 역시 듣기 좋았다. 참고로, 프랑스어의 음역대가 영어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영어가 2천~1만 2천 헤르츠 음역대인데 반해 불어는 15~250헤르츠, 그리고 1천~2천 Hz 역에서 발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미국식 영어를 들으면 돌고래 소리처럼 높게 들린다고 한다. 언어의 종류마다 다른 음역대가 있고, 시간당 표현되는 어절의 숫자도 다르다고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위 시간당 전달되는 정보량만큼은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 이 모두 장기간의 인류 공통의 진화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는 가치관이 다 다르고 주관적이라 타인과의 비교라는 개념이 희박하다고 한다. 건축에서도 그러한 성향이 잘 나타난다. 개인의 주관을 우선시하는 성향은 '창을 통해 내가 세상을 바라본다'라는 관점으로 이어지고, 부잣집일수록 건물을 지을 때 창을 크게 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창을 통해 '남이 우리를 본다'라는 인식이 강해 창문도 작고 커튼과 블라인드를 많이 친다. 제3자가 나를 보는 것에 대한 신경 쓰임은 언어에도 잘 드러난다. 토론에서 "(내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 모두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내지 잠재된 스트레스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주입식으로 같은 내용의 교육을 받은 결과 좁은 경쟁 사회에서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좀 더 넓은 호연지기를 기르고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니체가 말하는 소위 '군주의 도덕'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cf) 네이버 지식백과
- 군주 도덕 (주인 도덕)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발적 긍정에서 성장하고, 자기 스스로 가치를 설정하며, 스스로 선과 악을 결정하는 자의 도덕이다.
- 노예도덕은 복수심, 원한 감정, 즉 반동적 집단 본능에서 성장한다. 가치를 스스로 설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닌 것 전부에 대해 부정만을 할 뿐인 자들의 도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