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담 Apr 28. 2022

퇴사를 생각하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은.

이직이 마려울 때 해보는 생각(1)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이 만나는 사람마다 꿈이 무엇이냐 물으니, 꿈이 없는 저는 그저 환장할 노릇인 요즘입니다. 그저 하루 살기 바쁘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졌길 바라며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해온 저에게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가장 어렵고도 신경을 건드리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 질문에 제 신경이 건드려지는 것과 별개로 사람들은 계속 질문을 합니다. 그래서 한번 더 생각해봤습니다. 1년도 넘게 생각해본 질문을 또 생각해봅니다.


일단 싫어하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싫은걸 생각해 봤습니다.


1. 기자 미팅 나가는 것.

2.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

3. 지나치게 간섭받는 것.

4. 지나친 경쟁구도.

5. 윤리적이지 않은 업무방식.

6.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 일상에 지장이 오는 업무.


5가지를 적고 보니 생각해보니 딱히 일하는 것에서 싫은 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적어보자면 위 세 가지가 가장 저를 날카롭게 만드는, 피하고 싶은 상황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것은 1번과 2번은 동시에 제가 이 일에서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자체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그 방식과 형태가 싫었던 것이었습니다.


기자 미팅 자체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늘 잘 보이려 애쓰고 부탁해야만 했던, 무언인지 몰라도 늘 조아리기 바빴던 기자 미팅이 싫었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 역시 그 방법과 형태에 대한 피로감이었습니다.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를 설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반복된 시도에도 설득되지 않을 때 정말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다른 항목들도 다 그런 나름의 이유들로 제가 싫어하는 것인데요, 다시 생각해보니 나름 전보다 훨씬 조율하고 있는 항목들이기도 했습니다. 조율이 되지 않더라도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더군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1.  

에너지가 과하게 쓰이는 프로젝트는 일 년에 '몇 개'로 한정합니다. 대신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계획하려 합니다. 그를 위해 한해 계획을 짤 때는 올해 바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일, 그리고 겹쳐 진행하며 다음 해 성과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일을 함께 그리려 노력합니다. 그래야 에너지도 아끼면서 성과도 챙길 수 있더군요.


2.

지나치게 간섭받지 않기 위해 'A to Z' 내가 기획하고 키를 잡기으려 노력합니다. 내가 기획하지도 않은 일은 영문도 모른 채 떠안는 상황이 싫어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크게'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큼지막한 단위로 눈에 띄는 프로젝트 단위로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기획자니 의견이 훨씬 존중되었고 결정권이 생기니 일도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3.

설득을 위해 원하는 답안을 가져가되 충분한 빌드업과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합니다. 이전에는 질문에만 답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주력해야 하는 채널과 크리에이터는 누구인가?'라는 과제가 떨어지면 그 답만 내리 파내려 갔었죠. 지금은 그 질문을 둘러싼 상황을 함께 보고 대답이 아닌  제안을 합니다. 대부분 질문을 하는 사람조차도 본인이 왜 그런 질문이나 요청을 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안을 할 때는 질문의 답을 담되, 그 배경과 답에 대한 예상 가능한 성과를 함께 담습니다.  반대 방식으로 갔을 때 우려되는 점을 같이 담습니다. 경쟁사 성공사례만 보일 것이 아니라 실패사례도 보이는 것이 설득에 도움이 되더군요.



그렇게 저렇게 생각하다 보니 싫은 점이 있긴 하나 나의 방식으로 나름의 방법을 찾아 조율하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조직 구성과 문화도 큰 몫을 했습니다. 네. 물론, 그래도 싫은 일은 생깁니다. 피할 수가 없죠.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1/10로 줄었으니 그리 가슴 아프지 만은 않다 생각해 봅니다.


저의 케이스와 같이, 지금 이직 또는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이걸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이 업 자체가 싫은 것인지, 사람이 싫은 것인지, 일의 방식이나 형태가 싫은 것인지 말입니다. 일은 본질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부분들입니다. 내가 싫어하는 부수적인 영역을 오해하고 본질을 바꾸는 실수가 많이 일어나니 꼭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죠.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지금에서 개선을 하든 옮기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요즘 여러분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여러분이 일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지금 '이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