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Aug 02. 2021

어린이집 입소와 엄마의 마음

생후 8개월, 0세반 입문



쮸니를 뱃속에 품고있던 2017년, 신문과 방송에선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으로 기억하는데, 낮잠시간에 아이를 억지로 재우기 위해 보육교사가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위에 올라탔다 질식한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내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야지. 시터를 써서 1대1 보육을 하는게 나을것 같아"


남편도 해당 뉴스를 접한뒤라 내 의견에 동의했다.


출산후 워킹맘인 지인들이 숱하게 건넨 조언 중 하나는 "출생신고 후 바로 주변 어린이집 입소대기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출산후에도 시터를 쓰겠단 생각이었던지라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그런 나의 생각이 변하게 된건 쮸니가 생후 5개월 쯤 됐을때 출산 1년 선배인 입사동기와의 전화 한통이였다.


"너 빨리 집 주변 어린이집 평 조사하고 대기 걸어놔. 지금 걸어도 너 복직 전에 자리가 날지 안날지 몰라. 하루종일 시터랑 있는것 보다 어린이집 가는게 더 나을수도 있어. 하원후에 어차피 시터 이모를 써야하고."


나의 생각 변화에 불을 당긴건 그 즈음 쏟아진 산후도우미들의 신생아 학대 사건 뉴스였다. 


복직은 아직 1년 남았지만, 1년뒤 이 어린것을 떼놓고 회사를 나갈 생각을 하니 덜컥 겁이 났다. 복직이 가까워지는데 어린이집 자리도 안나고 시터도 못구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시터도 어쩌면 복불복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고심끝에 아파트 주변 어린이집 평을 조사하고 3군데에 입소 대기를 걸었다. 그리고 쮸니가 생후 8개월이 됐던 4월, 아파트 단지내 가정 어린이집으로부터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아.. 아직 복직까진 1년이 남았는데......"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지금 때를 놓치면 복직전 자리가 나란법은 보장할수 없기에.





결국 고심끝에 어린이집 입소를 결정했다. 초보 엄마인지라 주변에 많이 묻고 다녔는데 그중 가장 도움이 된건 '적응기간때 같은반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보라'는 것이였다. 어린아이들의 반응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8개월 엄마 껌딱지 쮸니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런 아이를 보는 초보엄마의 마음은 찢어지는것 같았다. 적응기간을 거칠땐 엄마랑 며칠 같이 반에서 놀고, 며칠은 놀다가 엄마가 잠깐 거실에 나가있고, 그러면서 점점 분리하는 횟수를 늘려간다. 벽을 사이에두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훌쩍 거리며 울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며 맘 좋은 담임선생님은 "어머 엄마가 우셨네" 하면서 같이 눈시울을 붉혀주시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은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 적응기간을 거친다는데, 기질적으로 예민한 쮸니는 무려 넉달의 시간이 걸렸다. 개월수가 어리다는점을 이해해주신 선생님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우는 아이를 떼놓고 어린이집을 나와 현관앞에서 귀를 대고 기자 초년병 시절 해봤던 '귀대기' 스킬을 사용하기도 했다. 울음소리가 그치면 그제서야 안도하고 발걸음을 돌린채 주변을 서성였다. 아이가 너무 울어서 보조선생님이 쮸니를 전담으로 주로 케어해주실 정도였다.


 매일 아침마다 등원길에 마음 졸이고, 일하는 엄마를 둬 생후 8개월짜리 아가가 어린이집 적응이라는 관문을 거치게 한다는 죄책감에 미안했다. 그렇게 남모를 맘고생을 하며 나 역시 '엄마의 원더윅스'의 한 스텝을 밟아갔다. 

 



누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력과 일종의 고통 등의 대가를 치른다. 그건 아이나 어른이나 매한가지다. 생후 8개월짜리 아기이지만, 아이는 선생님과 교류의 시간을 늘려가며 조금씩 성장해갔다. 매일 맘졸이던 엄마도 조금씩 걱정을 내려놓으며 믿고 아이를 맡기는 단계까지 왔다.  한국나이로 네살이 된 아이는 요즘도 문득 "엄마 나 어린이집 가기 싫어"라고 한다. 0세반때 마냥 울기만 했던거와 달리 이젠 말로 분명한 의사표현을 한다는게 조금 달라진 점이랄까. 그럴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혹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걱정이 앞서는게 솔직한 엄마의 마음이지만 스스로 '그래, 나도 가끔 회사가기 싫을때가 있으니까, 너도 그런마음이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가 출근해야하듯, 너도 어린이집에 가야한다'고 일러준다.


엄마가 되기전엔, 몰랐다. 엄마이기 때문에 성장하고 단단해져야할게 많다는 것을.

 이세상 어디에도 엄마의 역할과 멘탈을 잡아주는 '엄마 학교' '엄마 학원'은 없기에 더욱 그렇다. 엄마의 선택에 아이의 보육환경이 A냐 B냐 갈릴수 있고, 엄마 역시 무엇이 맞는건지 헷갈리고 마음이 아릴때 옆에서 '이게 맞습니다'라고 말해주는 존재가 없기에 초보엄마는 특정 시기를 만날때마다 성장통을 겪는다. 내게 어린이집은 아이가 사회로 내딛는 첫 문이자, 직장을 다니는 엄마로서 피할수없는 선택이였다. 


아이는 0세반에서 3년새 만 2세반 형님이 됐다. 그리고 나 역시 '0세'엄마에서 '만 2세' 엄마로 성장했다. 아이와 함께 엄마의 원더윅스를 겪으며. 








이전 06화 내 아이의 첫 음식 '이유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