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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Oct 06. 2023

회사에서 누군가 내 뒷담화를 한다


‘나는 솔로’ 16기 방송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해를 하실 것이다. 잠깐 사이에 얼마나 말이 와전되고 오해가 있을 수 있는지. 나는 ‘가’를 말했는데 ‘나’를 말한 사람이 되어 있고, 다음 날이 되면 ‘가를 말하지 않은 사람’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였다가 ‘가를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 있기도 한다. 고작 5일 동안에 그토록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직장에서는 오죽할까.      


예전에 휴가 문제로 다른 직원과 언쟁이 오간 적이 있다. 일의 요지는 이랬다. 그때가 5월 경이었고 그 해 처음으로 휴가를 0.5일 썼다. 그런데 휴가를 쓰고 다음 날 A라는 직원이 나에게 ‘휴가를 너무 많이 쓴다.’며 주의를 하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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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당해서 ‘이제 0.5일을 썼는데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A는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B라는 직원이 그렇게 전하라고 해서 전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 B를 찾아가서 ‘직원 A가 휴가 쓰는 걸 주의하라고 하던데 이제 0.5일 쓴 사람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사실 관계는 모르겠고 어떤 C라는 직원이 직장 내에서 그렇게 소문을 들어서 자기에게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C라는 직원이 누구냐?’고 물었고, B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B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휴가는 이번에 처음으로 0.5일을 썼고, 아마도 지난달에 출장을 며칠 갔었고, 6,7월에 계획되어 있는 일정 때문에 휴가를 미리 며칠 더 냈었기 때문에 휴가를 계속 낸 것으로 오해를 한 것 같다. 그런데 직접 본인에게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들리는 소문만 가지고 주의를 주는 건 좀 너무하지 않느냐. 그것도 본인이 직접 주의를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시켜서 그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고, 매년 내가 휴가를 다 쓰지도 못하고 쓸 때마다 눈치를 보는데 휴가를 많이 간다고 그러는 게 말이 되느냐."     


나는 그 일이 있고 나서 솔직히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었지만 그게 쌓일 대로 쌓였었고, 얼마 쓰지도 못하는 휴가를 가지고 그렇게 하는 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남의 말을 옮기는 직원들이 지긋지긋했고, 들리는 소문만 가지고 주의를 주는 직원과도 같이 일을 하기 싫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어떤 직원에게 D라는 일과 관련하여 부탁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황당한 말을 들었다. 내가 D라는 일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고, 그 직원은 ‘누가 그러던데..’라고 해서 내가 ‘그게 누군데?’라고 물으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예전에 일이 바쁠 때 어떤 직원이 갑자기 찾아와서 E라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해서 ‘바쁠 때는 E라는 일까지 하기 좀 힘들 수 있다.’고 하였더니 그게 와전되어서 나는 직장 내에서 E라는 일뿐만 아니라 D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왜 사람들은 사실 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는 것일까?’

‘왜 항상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하는 사람들이 그 소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사실들에 주목했다.

첫째, 말을 옮기는 사람들은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옮길 줄 모른다.

둘째, 소문을 내는 사람들은 당사자와 대화하기를 무서워한다.

셋째, 말이 많지 않으면서 눈에 띄는 사람들이 주로 도마에 오른다.     


이런 일들을 계속 겪다 보면 소문을 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멀쩡한 직장 사람들도 점점 싫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직장을 다니는 것도 직장도 모두 싫어지게 된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뱉은 말이 사람들을 거치면 점차 변형되고, 그것이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옆에서 나와 같이 일하던 직원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잘 생각해 보자. 내가 눈덩이를 굴린 장본인이 아닌지를. 내가 굴린 작은 눈덩이가 결국 산더미처럼 불어나 그 직원을 짓누르지는 않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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