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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Oct 24. 2023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시간을 돌리고 싶은 사람에겐 잔인한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도, 순간의 선택으로 큰돈을 잃은 사람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너무 냉혹한 현실이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영화 Interstellar 중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Whatever happened happened)’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Whatever can happen will happen)’와는 또 다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표현은 현재에서 미래를 보는 운명론적 시각을 말하는 것이고,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는 것은 현재에서 과거를 보는 결과론적인 시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운명론적인 것과 결과론적인 것이 비슷하게 보일 때가 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정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 운명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일을 겪지 않고 살았다면 오히려 다른 일을 겪어서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지금 좋은 일이 있어난 것은 예전에 나쁜 일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고, 예전에 나쁜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선형의 시간만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든지 간에 그 일을 겪었기 때문에 현재가 있다는 시간의 연속성을 말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실수로 그릇을 깬 것은 안타깝지만 이미 선형의 시간을 타고 현재로 와 있기 때문에 되돌릴 수가 없다. 이별을 이야기한 뒤에 후회를 해도 이미 그 사람은 떠나갔고, 다시 붙잡는다고 하더라도 이전과는 같을 수 없다. 결국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내가 받아들이는 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탈속적인 관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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