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프와 처음 소개팅 했던 썰
이곳에 오니 와이프와 처음 소개팅 했던 때가 떠오른다. 우리는 소개로 만났다. 둘 다 결혼의 생각이 없어졌을 때쯤.
나는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2시에 맞춰 파라다이스 호텔에 왔다. 도착하니 창가에 자리가 있었고 나는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2시 5분쯤 되었을까.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소개팅녀였다. 전화를 받으니 저 멀리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갈색 바바리를 벗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애프터눈 티세트를 시키자 양이 너무 많다고 해서 나는 그녀가 시킨 라테를 시켰다. 여기 선보러 많이 왔는데(?) 라테가 맛있다고 해서였다.
라테는 과연 맛있었다. 그리고 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해서 오랜만에 여기에 다시 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나눴고 나는 화장실을 참았고 3시간이 흘렀다. 여행 이야기도 했고, 책 이야기도 하고 결혼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소개를 거부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했다. 나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내 얼굴이 다 빻아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말이 잘 통했고 내가 질문을 하면 괜찮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보통 소개팅을 하면 2차는 가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대화가 생각보다 길어질 줄 몰랐고, 5시가 넘었기 때문에 예의상 식사를 하고 가겠냐고 물었고 나는 해도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2차로 미미회관(중국집)으로 갔는데 오픈 시간이 안 돼서 근처 시장을 걸었다. 짬뽕이랑 식사를 시켰던 것 같고 소주도 1병을 시켰다. 식사를 하고 헤어졌고 나는 그 뒤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고 나는 내가 결혼을 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은 것이 이유였다.
그녀는 내가 ‘잘 갔냐’는 연락조차 하지 않자 열이 받아서 월요일에 문자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답장을 했고 그렇게 연락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수영에 막걸릿집이 있는데 거기 한번 가 봐요’라고 나에게 문자를 했고, 나는 ‘(같이)가 봐요’라고 오해해서 같이 가 보자고 했다. (원래는 나에게 한번 가 보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났을 때 막걸리와 소주를 많이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은 뒤 헤어졌고, 세 번째, 네 번째 우리는 계속 만나게 되었다. 7번 째쯤 만났을 때 우리는 허심탄회하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사귀게 되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아 결혼식을 했다.
인연이란 이렇게 신기하다. 서로가 서로의 이상형이 아니었고, 절대 만날 것 같지 않던 두 명이 만나 인연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되고 부부가 되어 이렇게 처음 소개팅을 한 곳에서 같은 라테를 마시고 있다.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건 우리의 기억과, 바뀐 시간과, 라운지의 테이블뿐이다.
우리는 그때를 추억했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에서 부부가 되어 있다. 서로를 몰랐을 때의 감정이 잠시 느껴졌다. 부부가 되기 전 처음 만났던 그때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https://youtu.be/LlVXEMrERMQ?si=o7TmpojfcQpUAG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