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12월까지 혼란스러운 상태로 마무리되었다. 기존 길에서의 방황과 새로운 방향으로의 도전과 실패, 그것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듯싶다가도 막판에 다시 뒤죽박죽이 되어 힘들어하다가 2023년이 지나갔다. 외부의 문제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론은 나의 문제임이 분명하기에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어 방황이 더 길어졌던 것 같다.
2024년이 왔다. 2024년은 내가 만든 쉼표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런 사실이 그나마 나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 2024년을 앞에 두고 가만히 스스로 다짐해 보자면,
내면의 고민을 조금만 줄이고, 한 발씩 내딛는 걸음에만 집중하고 싶다.
나를 가장 옆에서 지켜보았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와이프의 의견을 들어보면,
첫째, 나는 잘하고 있다.
둘째, 나는 잘하고 있다.
셋째, 나는 잘하고 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나를 보면 병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부족하고, 실수와 사건들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여행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하는 철부지 여행자처럼 인생을 최선으로 잘살고 싶어 하는 나를 볼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숙소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고, 비행기표를 비싸게 살 수도 있고, 가려던 식당이 갑자기 휴무를 할 수도 있고, 물건을 잃어버려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데 나는 그런 모든 여행의 구성 성분들을 인정하면서도 나에게 여행을 잘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어디를 가야 최선의 여행이 될 수 있는지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행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여행을 잘하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잘하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되면 잘되지 못했을 때 도중에 방황을 하기 마련이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을 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지 나에게 여행을 잘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래서 2024년의 출발선에 서서 2024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첫째, 그냥 가자.
둘째, 그냥 가자.
셋째, 그냥 가자.
길을 갈 때에는 걸음을 한 걸음 내딛는 것에 집중하고 그 결과나 잘못에 대해 지나치게 고민하지 말자. 건강이 걱정된다면 운동을 하고, 다른 길로 가고 싶다면 그 길로 가고, 후회를 하기 전에 미리 후회를 할까 봐 걱정하지 말자. 후회가 된다고 해도 그 길을 간 후의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지 가기 전의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만약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두렵다면 지금의 길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깨닫자. 여행이 이것뿐인가를 묻기 전에 여행이 그것뿐이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자. 나의 인생이나 꿈이 소중하더라도 부족한 인생 또한 인생이고 나의 꿈이라는 것을 알자.
인생을 무겁게 생각하면 한없이 무겁고 가볍게 생각하면 한없이 가볍다. 이렇게 살아도 좋고, 저렇게 살아도 좋다. 때로는 인생 앞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때로는 절망하면서 그냥 걷자. 다들 그렇게 살아왔고, 다들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