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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Feb 18. 2024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주는 사람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받는 사람은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는 사람은 너를 위한다고 하는데 받는 사람은 전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랑이 아니라 폭력일 때가 있다.     


늦은 밤, 나는 택시의 손님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택시 기사가 귀를 기울이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말을 해야 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야.

너에게 좋은 걸 주고 싶어서.

라는 폭력적인 사랑.     


받는 사람은 싫다는데 주는 사람만 좋아서 하는 사랑.

받는 사람은 지옥과도 같았는데 주는 사람은 천국과도 같았다는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잔인한 폭력들.     


계산을 하고 택시에서 내리고도 나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

몇십 년 묵은 썩은 관념이 구역질과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너는 사랑했겠지만 나는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말했지만 너는 사랑한다고 듣고 있었다.

이보다도 더 두꺼운 벽은 없었다.

이보다도 더 꽉 막힌 대화는 없었다.     


죄 없는 아이는 두들겨 맞았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배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발이 묶였고, 그것을 보호라고 배웠다.

선량한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고, 그것을 정의라고 가르쳤다.     


인간이 언제 가장 무섭냐고?

바로 자기만의 생각에 휩싸여 있을 때.

그 생각으로 타인을 죽이고도 사랑이라고 생각할 때.     


저기요,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지만.

알아들을 리 없다.     




Image by Alf-Marty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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