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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Feb 29. 2024

아무런 계획 없이 제주도로 떠나기


제주도는 이미 여러 번 갔고 제주에 대한 로망은 없었기에 아무런 계획 없이 제주로 떠났다.    

(한라산은 가고 싶었지만 미리 예약을 안 하는 바람에 성판악이나 관음사 코스는 불가능했다..)


이번에 멋진 풍경 하나 건짐


비행기 뒷좌석 아주머니들의 자식 자랑, 집 자랑을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올 때는 철없는 아이들의 터질듯한 목청을 들으면서..) 도착한 제주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제주는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우리는 차를 렌트한 뒤 뭐 할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성시경이 다녀갔다는 해장국 집으로 첫 목적지를 정했다.      


우거지, 선지, 콩나물 등이 들어가 있는 제주 해장국


생각보다 아침부터 해장국 집은 손님들로 분주했다. 제주는 시내 빼고는 사람들이 없기에 이런 맛집에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신기했다. 예전에 제주도에 왔을 때 맛보았던 해장국들과 비교 분석을 하며 해장국을 먹었다. 해장국 맛은 맛이 있다 없다로 설명하기 어렵고, 국물의 맛이 몇 년 후에까지 기억이 날 리가 만무하고, 집집마다 조금씩 달라서 평가하기 어렵지만, 이번에 온 곳은 내장이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었고, 맛도 괜찮아서 잘 먹었다.     


도로에서 만난 제주 삼색 고양이


해장국으로 배를 불린 뒤에 제주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목적지는 없고 그냥 자동차 바퀴가 닿는 대로 달렸다. 시내 쪽은 육지의 도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제주 특유의 경치가 나타났다. 경치도 경치지만 휴가를 왔다는 자유로움이 드라이브의 감상을 더해 주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해변의 파도가 압권이었다. 에메랄드 빛의 파도가 격렬하게 해변으로 밀려들었는데 그 거친 장면이 해방감을 느끼게 하였다. 바람 때문에 춥긴 했지만 밖에 서 있는 것이 매우 시원했다. 우리는 목적지 없이 방황 아닌 방황을 하였고, 그 방황이 그저 좋았다.     


제주에서 유명하다는 베이글집


어느 해변을 지나다가 베이글이 맛있다는 집이 보여서 방향을 틀었다. 베이글 집 앞에는 사람들이 우글우글했고, 포장 대기만 70번째였다. 대기 시간은 50분 정도 걸렸는데 근처에 차를 대고 낮잠도 자고 책도 보고 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갔다. 안에는 직원들도 많았고, 베이글도 많았다. 나는 기다려서 뭘 사 먹거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해 볼 만했다. (포장해 온 4종류의 베이글은 부드럽고 쫄깃하면서 간이 적당하게 맛이 있었다.)     


성시경이 다녀갔다는 제주 동네 맛집


베이글을 사고 나니 거의 오후 2시쯤 되어 있었고, 아침을 일찍 먹은 터라 서서히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고 아침과 비슷하게 성시경이 다녀갔다는 흑돼지 집으로 향했다. (유명인이 갔다고 가는 편은 아니지만 우리는 계획이 없었고, 가끔은 이렇게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한 것일 뿐이다.) 예전에 제주도에 왔을 때 숙성 흑돼지를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그 집은 한 점 먹을 때는 맛있었는데 점점 느끼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흑돼지 목살, 삼겹살, 가브리살을 1인분씩 먹고, 된장술밥을 시켜서 먹었는데 배가 아주 기분 좋게 부른 정도였다.      


한라산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


밥을 먹고 나니 시간이 4시가 넘었고, 우리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다음 날은 눈꽃 산행이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이었다. 장비를 대여해 주지만 우리는 등산용품을 캐리어에 다 실어 왔고, 다만 대설주의보 상태였기 때문에 내일 일정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여 렌터카 업체에서 스노체인까지 다시 빌렸다. 재작년 겨울에 영실 코스를 갔었는데 너무 기억이 좋아 올해에도 가고 싶었기 때문에 날씨의 운을 믿으며, 사온 베이글을 뜯으며 저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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