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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Nov 01. 2022

사람의 뒷모습

사람은 항상 앞을 향하고 있다. 대화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싸우거나 일을 할 때도 항상 앞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사람의 뒷모습을 본다. 뒷모습은 앞모습이 주는 느낌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 우리는 뒷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고독, 쓸쓸함, 진실됨을 느끼기도 한다.


pixabay.com


앞모습에는 얼굴이 있다. 얼굴은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 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사람을 대할 때도 우리는 서로의 앞모습을 향하고 있다. 상대방의 표정을 관찰하고, 냄새를 맡고, 입을 움직여 말을 건넨다. 그리고 끊임없이 정보를 모아서 대뇌로 보낸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할까?'. 속된 표현으로 '머리를 굴리'게 되고 적절한 눈빛과 표정과 말을 통해 자신을 꾸미기도 한다.


그래서 앞모습으로는 상대방의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항상 웃고 밝은 줄로만 알았는데(앞모습) 근심 걱정이 많아 슬프다든지,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줄 알았는데(앞모습) 알고 보니 두려움에 떨고 있다든지 하는 일들 말이다. 이규리 시인은 '뒷모습'이라는 시에서 돼지고기 목살을 사서 비닐봉지를 흔들며 가는 어떤 스님의 뒷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만약 그 스님을 정면에서 마주쳤다면 과연 시인은 돼지고기를 산 스님의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1774~1840)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위 그림은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라는 그림이다. 제목 그대로 방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안개를 내려다보고 있는 뒷모습을 그렸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으나, 앞은 거친 안개가 펼쳐져 있고 홀로 바위 위에 서 있는 상황으로 보았을 때 이 방랑자가 삶의 길을 헤쳐 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에 더해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꾸미지 않은 그 사람의 실제 내면을 더 잘 드러내 주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타인의 뒷모습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람의 뒷모습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한번 보자. 앞모습으로 느낄 수 없었던 그 사람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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