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썰티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썰티마커 SALTYMARKER Oct 25. 2022

그냥 살면 되지(?)

-법륜스님의 대답은 옳을까


    법륜스님의 강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질문자가 질문을 했을 때 나오는 스님만의 대답 패턴이 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산에 다람쥐는 어떻게 살더냐?’ 하는 이른바 다람쥐론이다. 요지는 다람쥐는 재미있어하면서 사는 것도 아니고, 괴로워하면서 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산다’는 것이다.     


    동물들이 사는 것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나도 동물들을 좋아해서 자주 지켜보는데 동물들은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개나 고양이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아마도 그냥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면 사람이 사는 데 힘들어하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살고 싶지 않다고 할 때, ‘그냥 살아야 한다.’고 대답하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이유는 사는 것이 원래 재미도 없고 힘들기 때문에 그것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살면 당연히 더 재미도 없고 힘들기 때문이다. 사는 이유는 원래 없는데 그것을 찾으려고 하면 찾아지지 않는다는 이치로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처럼, 아니면 법륜스님의 다람쥐처럼 ‘그냥 산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조건 이렇게 대답할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물과 차이점이 있다. 누가 더 낫다, 뛰어나다의 개념이 아니라 존재의 차이일 뿐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가만히 앉아서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일의 이유와 결과를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가졌다. 동물도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처럼 언어적인 표현으로 그것을 다양하고 깊게 구현해 내지는 못한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 혹은 사고(생각)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      


    일례로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에 대해서 개념화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하다가 크게 실패하여 10억의 빚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다람쥐는 10억의 빚이 생겼다고 자살을 하지 않는다. 10억의 빚에 대해서 가상의 개념을 갖고 그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아지에게 10억을 갚으라고 해도 강아지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알지를 못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서 마음이 힘들어지지 않는다.     


다람쥐는 10억의 빚이 생겼다고 자살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생각과 판단을 하고, 본인의 꿈이나 희망, 절망, 슬픔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과 판단을 한다. 이것이 인간의 특성이지만 때로는 이것이 과해서 부작용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삶을 단순화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사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잘 안되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도 던지고, 힘들어하기도 하고, 삶을 포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동물과 비슷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지만 다르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 사는 게 재미없는 사람은 사는 게 재미가 없는 게 문제인데 그냥 살라고 해 봐야 답이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사는 걸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냥 살라고 해 봐야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냥 사는 것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러면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 사람이 스스로 본인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만족스럽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고 해결책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이 사람의 일이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똑같이 삶이 힘들다고 말해도 그 기저에는 원인이 다양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돈이 없어서 삶이 힘들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우울증 때문에 힘들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 수 있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고 해도 이유는 다양하다. 너무 일만 해서 사는 게 재미가 없는 경우도 있고,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애인이 없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사는 건 원래 재미가 없다.’ ‘그냥 살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고민에 맞는 이유와 해결책을 찾는다면 좀 더 사람에 맞는 대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는 건 쉽지 않다. 살면서 고비도 많이 생기고, 걱정도 많을 수밖에 없고, 동물과는 달리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동물들은 그냥도 잘 사는데 사람은 왜 그냥 사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일까. 법륜스님은 쉬울지 모르지만 속세에 살면 그냥 사는 게 쉽지 않다.




법륜스님은 쉬울지 모르지만 속세에 살면 그냥 사는 게 쉽지 않다.





* 커버 사진 - 서암정사.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자연인이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