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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Nov 30. 2022

3년 만에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 요즘 코로나 증상

요즘 코로나 증상 | 코로나 준비물 | 3일 쉬고 출근한 썰 - YouTube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되고 3년. 그동안 나는 결혼식도 했고, 교수 임용도 되었고, 여행도 다녔고 많은 것을 했던 것 같다. 많은 것을 했지만 남들 다 걸리는 코로나에 안 걸려서 ‘나는 코로나에 안 걸리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때아닌 진로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환자들도 많아서 혓바늘과 구내염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목에서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들자마자 바로, ‘아, 코로나 같은데..’라는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나는 근처에 있는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제발 안 걸리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고 몸에 힘이 빠지면서 으슬으슬 춥기 시작했다. 검사는 안 해 봤지만 신기하게도 몸은 이미 코로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주변에서도 코로나 감염 사례가 다시 늘고 있다. 환자들도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되는 횟수가 늘어났고, 주변 지인들도 하나둘씩 코로나에 걸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의 증상도 환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인후통, 오한, 발열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을 몸소 체험했고 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수업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공연이 있었는지 학생들이 점차 코로나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그날은 발표 수업이었는데 학생들이 교실 중간에 책상을 비우고 내가 앉아서 발표를 들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마침 그 주변에는 공연을 갔다 와서 몸이 안 좋다는 학생들이 몇 명 있었다. 나는 설마 설마 하면서 수업을 마치고 내려왔는데 그때부터 목에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기분 탓이겠지 했는데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목에 걸린 듯한 느낌은 큼큼, 목을 가다듬을 정도로 심해져 있었고, 그때부터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나는 코로나 아니면 독감이라고 거의 확신을 하고 검사를 하러 집 근처 병원에 갔다. 코와 목을 면봉으로 쑤시고 앉아 있는데 간호사분이 인적사항을 적으라고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에는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직업 등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말이었다. 데스크 쪽으로 나오니 간호사들이 소독을 하고 있었고 미묘하게 나를 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 보여 줬더니 직원이 처방전을 보자마자 약국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나는 와이프에게 뒷일을 맡기고 약국을 빠져나왔다. 보건소에서 전화와 문자가 왔고 7일 동안 격리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3일 쉬고 출근하라고 하였다. 3일이면 환자들에게도 전염이 될 텐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일요일까지 4일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낫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오한과 발열, 인후통, 기침 등의 증상으로 3일을 보냈다. 땀이 비 오듯 흘렀고 몸 전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추위가 엄습했다가 39도의 고열이 났고, 온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코 증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 맛은 느낄 수 있었는데 점차 코안도 붓고 막히면서 음식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기를 코와 입으로 마시면 너무 건조하고 아팠기 때문에 젖은 수건을 대고 숨을 쉬기도 했다. 독감에 걸려도 하루 이틀이면 낫는 내가 정말 이렇게 아파 보기는 처음이었다. 지옥과 같은 3일을 보내고도 몸이 낫지 않았고 마지막 일요일에도 나는 누워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월요일이 되어 출근을 하니 다른 교수님들과 간호사분들이 얼굴이 많이 안 좋다며 하였다.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몸에 기운이 없어서 겨우겨우 진료를 보았다. 혹시나 환자들에게 옮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였고, 가끔 기침이 나올 때면 다른 곳에 숨어서 기침을 하였다. 코로나로 7일 간 격리를 하면 병원 운영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다시 앓아누웠다.   

  

코로나가 아무리 감기와 비슷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느낀 코로나는 감기와 확연히 달랐다. 온몸으로 강하게 파고 들어오는 바이러스의 느낌이 달랐고, 몸을 힘겹게 만드는 바이러스의 기세도 달랐다. 아직 목과 코에 바이러스의 독성이 느껴지고, 몸은 코로나와 싸우느라 진이 다 빠졌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와이프가 코로나에 옮은 것이다. 와이프도 나와 똑같은 증상을 반복했다. 침을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목이 아프고, 하루 종일 고열에 시달렸다.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며 얼굴은 초췌하게 변해갔다. 나는 코로나가 덜 나은 몸을 이끌고 죽을 끓이고 대추생강차를 끓였다. 와이프는 입맛이 없다며 잘 먹지 못했다. 죽도 거의 먹지 못하고 목이 따가워서 귤도 먹기 힘들어했다.     


아픈 와이프를 집에 두고 출근을 했다. 내가 코로나를 앓은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였다. 얼마나 아픈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격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막상 나에게 옮았다고 생각을 하니 미안함이 앞섰다. 나 때문에 와이프도 고생을 하는구나. 이번 주에는 결혼기념일도 있고 내 생일도 있는데 우리 부부는 코로나에 걸려 그것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행히 코로나에 걸리기 전 와이프의 선물을 미리 사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고, 와이프가 결혼기념일이 적힌 기념품과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주문한 덕분에 완전히 놓치진 않고 지나간 것이 또 하나의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제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남았다.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어서 다행이고, 내년도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을까. 올해의 마지막을 코로나와 함께 보내고 나니 뭔가 차분하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 한 달 동안 올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 했으면 좋겠다.


다들 건강하시고 내년에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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