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강의를 위하여-
오늘은 수업 진도를 나가는 강의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 앞에서 현재를 생각해 보는 강의를 했다. 이 대학에 온 이유, 그리고 앞으로 졸업해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물었고, 그것을 통해 현재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다. 나의 이야기를 곁들이니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점과 선의 족적을 남기며 살아간다. 나는 칠판에 많은 점과 선들을 그렸다. 그리고 현재 우리 교실에 모인 학생들을 네모 테두리로 묶었다.
현재 이곳에 오기 전까지의 점과 선이 바로 이 대학에 오게 된 이유가 될 것이고, 네모 박스 우측이 졸업해서 하고 싶은 것이 될 것이다. 의외로 수능 성적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되었다는 학생이 많았고, 앞으로 돈을 벌고 싶다,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다, 남을 돕고 싶다 등 여러 가지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우선 꿈꾸는 미래와 그 꿈꾸는 미래가 막상 본인의 일이 되었을 때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그것이 나의 일이 되었을 때 부딪힐 수 있는 어려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의 등장, 그래서 내가 예상했던 족적이 아니라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면서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들 아는 이야기겠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안 좋은 일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일일 줄 알았지만 나중에 화(禍)가 될 수 있는, 그래서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삶의 족적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완벽을 추구할 것이냐, 대충 할 것이냐.
꿈을 좇을 것이냐, 현실에 만족할 것이냐.
일을 그만둘 것이냐, 계속 다닐 것이냐.
결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심지어 지금 죽을 것이냐, 더 살 것이냐.
우리는 인생의 수없이 많은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들이 모여 나만의 족적이 된다. 정답은 없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면 그 선택들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에겐 선택과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일 겸허한 자세만이 필요하다.
나는 내가 살아온 실패와 성공의 시행착오를 알려줌으로써 학생들이 나처럼 방황하지 않기를 바랐다. 젊은 시절 힘든 줄도 모르고 달려왔던 각자의 영혼들. 과거와 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지금 현재를 잘 살도록 위로하고 싶었다. 내 부족한 강의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강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