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남쪽에는 벚꽃이 피었고, 봄비도 촉촉하게 내리고 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정자에 앉아 전을 부치며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싶다.
벚꽃 봄비
뒷산에는 벚꽃이 피었고
오늘은 비가 내려
마음도 촉 젖는 날이다
학생들 실습을 마치고
잠시 찾은 여유
내리는 빗소리가
촉촉하게 땅을 두드린다
똑똑 똑똑
목말랐지?
똑똑똑
봄비가 왔단다
하루 사이에 피어난 벚꽃은
여러 해를 피었던
과거의 벚꽃들과 닮아 있다
그때의 향기와
그때의 기억과
그때의 시간들
지금 피어난 벚꽃은
여느 때의 벚꽃과 다를 바 없는데
지금 앉아 있는 나는
여느 때의 나와 달라져 있겠지
벚꽃이 떨어지면
일 년 내내 다시는 볼 수 없고
잠시 피었던 분홍빛 소식을 영영 잊은 채
나는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