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학교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말하는 내내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진다. 학교에서 크면 얼마나 대단한 큰일이 있었을라고. 아이들끼리 선 긋고 하는 놀이를 하다가 둘째에게 너 경로 이탈했다고 했나보았다. 한 명이 말하니 옆에 있던 아이들도 우르르 합세했던 것 같고. 아이 입장에선 자기는 제 경로대로 갔는데 친구들이 그렇게 말하는 게 억울했고, 다같이 그러니 무섭기도 했었나보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라서 조금 밉기도 했다고. 진짜 경로 이탈한 다른 친구에겐 아무 말 없다가 자기에게만 그랬다고. 그 상황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참았더랬다. 놀이를 하기 싫어졌는데 친구들이 싫어할까봐 꾹 참고 했다는 아이.
안아줬다. 참 속상했겠다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는데 참다니 우리 딸 많이 컸다. 기특해.
친구들이 놀이에 몰입한 나머지 한 사람 한 사람 꼼꼼히 보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고, 그래도 네 입장에선 속상했겠다고. (물론, 둘째가 못 느꼈어도 실제로는 밟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의 염두에는 두었다.) 네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껴지면 무조건 참지는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네 마음과 생각을 품위있게 표현하는 건 괜찮다고. 그리고 정말 싫으면 놀이를 더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단, 술래가 된 차례에 그만하겠다고 하는 건 제외라고.
별일 아닌데, 사소한 일인데, 앞으로도 족히 십 수번 쯤은 일어나도 일어날 법한 일인데, 이게 뭐라고 내 마음에 큰 짐이 들어앉는다. 내 짐 덜려고 하나하나 자세하게 물어보니 요 어린 아이도 눈치를 채고는 엄마, 그만 얘기하면 안 돼? 한다.
응, 그럼 이제 자자.
아이 옆에 누워 내 마음의 짐 속을 하염없이 헤엄치다보니, 아뿔싸 왜지, 선생님이 아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나는 선생님께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임을 안다.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일 뿐이다.
이제 알겠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아이에게 듣고도 차마 연락은 못하고, 가슴에 품고 뒤척이다 잠드는 보호자님들도 많았겠다는 걸.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당사자에게는 한없이 커다랗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