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 수집 원칙 04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여다볼 정도로 에버노트는 이미 삶 깊숙이 파고들어 온 도구이자, 워크플레이스가 됐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한가지 원칙은 계속 고수한다. 되도록이면 첨부파일을 에버노트로 끌어놓는 일을 ‘지양’하는 일이다.
현재 에버노트에는 약 3,969개의 노트가 있다. 99.9%가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들 노트가 맥북에서 차지하는 용량은 1.63GB. 즉 노트당 0.41MB = 410KB 수준이다. 일부 노트는 블로그/기사 작성에 필요한 사진 저장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트당 평균 크기는 이것보다 더 작아진다.
기본적으로 에버노트를 가볍게 쓰는 편이다. 동기화가 꼬일 염려도 없고,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폰에서 데이터를 로딩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적다. 99.9%가 텍스트니 검색 속도도 빠르다. 일부러 그랬다. 첨부 파일을 넣지 않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장점을 상쇄시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첨부 파일을 넣지 않을 경우 장점
1. 모바일 기기에서 데이터 로딩 시간이 짧다
2. 색인화(indexing) 하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
3. 에버노트를 가볍게 쓸 수 있다
그렇다고 첨부파일을 완전히 지양하는 것은 아니다. 토익이나 오픽(OPIc)과 같은 어학 시험 성적표나 건강검진표 등은 PDF로 저장했을 때 이점이 더 많다. 상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계속 이어가겠다.
이미지나 첨부파일을 첨부하고자 할 때 위 아이콘(음성녹음, 전면카메라촬영, 파일) 아이콘을 누를 필요가 없다. 해당 파일을 노트 창 혹은 노트북에 드래그해 옮겨 놓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파일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플러스나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에는 PDF나 오피스 문서 같은 첨부파일 내부도 검색할 수 있다. 노트에 첨부파일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문서 유형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첨부파일로 추가하는 것(되도록이면 PDF)과 그렇지 않은 기준은 위 표와 같다. 즉, 원본서류 그 자체가 의미 있고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문서일 경우에만 첨부파일로 추가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기사를 쓸 때 다른 매체의 기사뿐만 아니라 경제경영연구소나 국가기관, 비영리단체 등이 발행한 동향보고서도 같이 보는 편이다. 하지만 특정 기사 또는 이슈가 아니라면 보고서를 다시 열어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한 기사를 쓸 때 모은 보고서를 그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나중에 읽기기(Read it Later)의 성격이 강한 자료일수록 열심히 수집한 것에 비해 나중에 활용할 가능성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차라리 특정 시점에서 필요한 문구나 데이터, 이론 등만 차용해 에버노트에 텍스트 노트로 작성하는 편이 오히려 활용 가치가 더 있다.
참고할 만한 글 : 에버노트, 수집하지 말아야 할 자료
많은 사용자가 에버노트의 장점으로 꼽는 기능 중 하나는 바로 ‘검색’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검색이라는 강력한 기능에 의존하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해버리고는 한다. 되새김질 하지 않는 메모, 기억, 추억은 언젠가 빛이 바랜다는 것이다.
마치 3살 때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던 친구의 얼굴이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머릿속에 입력하는 작업을 하지 않은 무의미한 저장은 ‘검색’으로도 그 가치를 다시 찾아줄 수는 없다.
요즘 하는 일이 에버노트에 정립한 개념들을 손으로 써가면서 외우는 일이다. 기사를 쓰다 보면 재무제표를 봐야 할 일도 생기길래 어느 날은 이에 관한 용어와 영어식 표현을 데이터로 쭈욱 정리해놨다. 뿌듯했다. 이제 기사를 쓸 때마다 에버노트를 보면 돼!
하지만 에버노트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저장한다고 해서 내 기억력과 학습력이 향상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리한 것을 언제 어디서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만 있었을 뿐이다.
노트는 예쁘게 잘 정리하는 친구들이 정작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결국에는 사용자가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것이 과제다.
참고할 만한 글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필자는 '에디톨로지' 책 내용을 전부 디지털화해둔 것이 아니라, 참고할 만한 문장만 발췌해 에버노트에 기록해뒀다.)
그러나 데이터가 쌓이면 한가하게 다 읽을 수 없는 노릇이다. 발췌해서 내가 읽고 싶은 것만 찾아 읽어야 한다. 문제는 내가 읽고 싶은 것이 뭐냐는 거다. 내 질문이 없으니,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이다.
내게 흥미로운 내용은 내게 이미 익숙한 개념과 책에 나타난 개념의 교차 비교 과정에서 확인된다. 독서는 내가 가진 개념과 저자의 개념이 편집되는 에디톨로지 과정이다. 그래야만 저자의 생각이 내 생각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절대 아니다.
PDF 보고서를 그대로 저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왜 수집하는지 모르니 일단 수집해보고 나서 안심하려는 사람의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수집을 일단 멈추자. 왜 수집을 해야 하는지 그 답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어차피 에버노트에 저장한 데이터가 자신의 지적 능력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파일만 ‘수집’해 놓는 순간, 개인화된 위키피디아, 개인화된 구글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선 당장은 앞서 언급한대로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문건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읽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고 치워버리길 바란다. 노트 업데이트 시간과 날짜가 최근 날짜가 아닌 노트일수록 더더욱 버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