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로 정리하기 04 : 데이터 버리기로 번뇌 해결
회사에서 나눠준 윈도우 노트북 대신 개인적인 목적으로 구매한 맥북에 각종 업무 자료들이 넘쳐나고 있다. 예전에는 하루 업무를, 또는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다운로드 폴더와 바탕화면은 그 흔한 파일 없이 깨끗했다. 그런데 지금은 폴더마다 쓰레기(dummy)로 넘쳐나는 듯한 느낌이다. '언젠가 다시 보겠지' '나중에 필요하겠지’라며 마구잡이로 파일을 저장했기 때문이다. 그럼 일을 시작하면서 더미 파일은 얼마나 늘어났을지 궁금해서 한 번 트래킹해봤다.
에버노트 첨부 파일 크기는 반년 만에 1GB 이상 늘었다. 도대체 어떤 기사들을 스크랩했길래 이렇게 확장 속도가 빠른지 모르겠다!!!
이메일 푸시 알람을 받기 위해 맥 OS 메일 앱을 쓰고 있다. 그랬더니 기자생활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로컬 데이터 크기는 3GB에 육박하고 있다. 아앙ㄱ!!!!
온오프믹스, 콘텐츠진흥원 등 pdf 파일 업로드 피드를 받기 위한 채널을 따로 갖고 있다. 피드도 쌓이고 쌓이다 보니 방대하게 쌓였다.
지하철을 탔을 때, 버스를 탔을 때, 이동하면서 틈틈이 기사를 읽다가 참고할 만한 콘텐츠를 사파리 '읽기 목록’에 추가하지만 언젠가부터 읽기 목록을 열어보지 않게 됐다. 읽어야 하는 건 너무나 많고 정리하기도 귀찮다 보니 그렇게 됐다. ㅠ.ㅠ
피드 데이터를 로컬에 저장하다 보니 이만치 쌓였다. '읽은 콘텐츠는 1주일 후 자동삭제’ 설정을 해도 그렇다. 일지 않는 콘텐츠가 더 많아서다.ㅎㅎㅎ

순수하게 수습생활을 시작한 기간에 생성된 데이터만을 토대로 그 크기를 산정했다. 요즘 고화질 동영상 파일의 크기가 기본 4GB는 넘는다는 점에서 8.82GB는 어떻게 보면 엄청 작은 수치다. 그런데 기사(텍스트+사진)나 리포트가 전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다시 리뷰해야 하는 텍스트가 최소 7GB라고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아아아. 이제 왜 이렇게 머릿속이 어지러웠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건 너무 하잖아!! 내 메일과 에버노트를 잠식하는 출입처 자료와 기사들. 너무행.. 내 인생과 고민은 어디로.. 카카오에?ㅠㅠㅠ 에버노트에는 출입처마다 태그를 붙이다보니 이제는 관리가 안 될 정도다. (에버노트 내 카카오 태그가 달린 노트만 자그마치 170개다. 다른 출입처에 미안할 정도 ㅠ.ㅠ)
이 모든 사태는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월례적으로, 연마다 정리하면 되겠다는 안일한 착각에서 기인했다. 언젠가 기사 쓸 때 참고할 거라며 모으던 자료들은 검색하지 않으면 언제 무엇을 왜 저장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저장하는 그 시점에 제목만 훑어보고 저장한 콘텐츠는 어차피 머릿속에서 잊힌다. 사람의 뇌 작용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린 참사다.
예전 종이 시절에 남겼던 기록물은 '제목과 표지’만 두고 버릴까 말까를 고민했다. 그러나 디지털화된 데이터는 '언젠가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열여두고 모으게만 만드는 것 같다. 컴퓨터 드라이브도 어떻게 보면 작업공간이자 나의 책상 책꽂이와 같은 곳인데 너무 마구잡이로 종이를 꾸겨 넣었던 것 같다. 공부도 잘하려면 책상이 깨끗해야 한다던데… 6개월 뒤 또 다른 7GB가 쌓이고.. 10년 기자 생활하면 700GB의 더미 데이터만 남을 것 같다.
어차피 뉴스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업이라면, 저장 장소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최고다. 아무래도 사파리 '읽기 목록’보다는 에버노트 저장이 제일 간편할 수 있다. 나처럼 태깅이니 뭐니 신경쓰 지 말고 '네이버 검색보다는 양질의 검색 콘텐츠만 보기 위한 목적’이라면 충분히 해볼만 한 일이다. 제목, 본문, 이미지 속 텍스트까지 검색 가능하니 말이다.
포켓 : https://getpocket.com/premium?ep=1
에버노트는 철저히 노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예 포켓(Pocket) 프리미엄 모델을 구독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포켓에 저장한 콘텐츠 본문까지 검색해서 찾아보기 위해서는 유료 가입자로 전환해야 한다. 일반 사용자는 단순히 콘텐츠 태그와 같은 분류 작업만 가능하다.
어쨌든 내가 취재한 기사가 아니라면 다시 보지 않는다. 내가 정보보고한 내용이 아니라면 역시 다 까먹는다. 내가 취재아이템으로 구상했던 내용도 아니고 기사에 언뜻 봤던 내용이라면 이 역시 기사로 다시 쓰일 가능성고 거의 제로다.
그래서 6개월 간 보지 않는 데이터는 다 삭제하기로 했다. 안보는 자료는 어차피 안본다^^ 중요한 내용이면 내일 기사로 나오겠지 뭐. 데이터 정리는 '포기’가 성공의 반이다.
1. 중간 정거장 서비스 이용
예를 들면, 예전에는 기사를 읽고 바로 에버노트에 저장했다면 포켓이나 '읽기 목록’에 1차 저장한다. 하루 마감하기 전, 혹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1차 정거장에 저장된 콘텐츠 중 저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만 에버노트에 최종 저장하고 다 지운다.
=>한 번 까먹기 시작하면 무용지물.
2. 한달치 취재아이템 준비
매월 초 또는 매월 말 한달치 취재아이템을 미리 준비해놓고 거기에 맞춰 기사나 연구자료, 논문을 스크랩한다.
=>한 번 기사가 밀리기 시작하면 무용지물. 술이라도 먹으면 넉다운. 끗
3. 잠자지 않는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내일 쓸 데이터를 미리 추출해놓는다.
=>사람은 24시간, 주 7일, 365일 안자고 버틸 수 있는 몸이 아니므로 아예 불가능하다.
4. 자연인이 된다.
노트북, 스마트폰 모두 사용안하면 된다.ㅠㅠㅠ
결론은 방법이 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