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질문, 게으른 대답
벗이 아닌 이들의 질문엔 게을러도 좋더라
리처드 바크의 [환상]을 읽다가 끄적여본다. 1.
가장 단순한 질문이
가장 심오하다고?
그럴지도 모르지.
심오하다고 하여
좋은 질문인 것은 아니지.
좋은 만남이 있다면
질문도 좋더라.
심오한 질문도
외로운 이들에겐 적이더라.
벗들은 집에가고, 홀로 지는 해를 바라보다가...
2.
먼지 쌓인 질문들을
가끔 다시 꺼내어
새롭게 답해본다.
고독한 침묵을 벗삼아
홀로 고요히 답할 때와
둥그렇게 둘러앉은 벗들과
두런두런 답할 때는
답들이 같지 않더라
같은 질문이라 하여도
누가 물어주느냐에 따라 대답은
한결같지 못하고
달라지고 말더라.
태풍이 지나간 제주에서
3.
변덕스런 운명처럼
내가 서있는 곳이 변해가는데,
대답이라고 늘 같을 수 있겠는가?
마주 않는 이가 다르고,
그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하는데,
대답이 어찌 한결같을 수 있겠는가?
나는 여전히 게으름을 피운다.
가끔 절실히 물어야 할 질문들을
발 아래 내려두고서.
벗이 떠난 자리에
답하지 못한 질문들이
남아있지만
홀로 답하는 놀이는
권태롭기만 하더라.
모든 이들의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다 하더라.
어짜피 답을 정해놓고 묻는 질문 따위에
애써 답할 필요는 없더라.
벗이 아닌 이들의 질문엔
게을러도 좋더라.
2018. 8. 2.
시시한 시를 끄적이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질문술사 박씨가...
처음에 끄적인 시시한 시. 옮겨 쓰다보니, 이또한 달라지고 말더라. 대화 그리고 질문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어떤 좋은 질문이라도 빛을 잃는다.
만남이 있지만
질문하는 사람,
답하는 사람의 역할이
나뉘고 고정될 경우
이런 관계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
대화는 서로 묻고, 서로 답하며,
각자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이뤄진다.
좋은 질문은 좋은 만남을 위한 수단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수단이 목적을 앞선다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과
씁쓸한 감정만이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