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진 선생님의 아침 질문에 답해보다
함께 공부했던 벗이 아침에 페북에 올린 네 개의 질문을 보았다.
- 나 내가 아닌 무엇이
되고자 했던가?
- 나 무엇을 하였다고
기뻐하며 자랑하였는가?
- 나 무엇을 하지 못했다고
슬퍼하며 눈물흘렸는가?
- 나 나의 존재자체를 사랑하는가?
이 질문들을 들고, 출장길에 틈틈이 하나 하나 질문에 답하다보니, 빛을 추구하는 불쌍한 내 자신의 그림자를 어루만져 주는 시간이 되었다.
벗이 묻고, 나도 묻다.
나 내가 아닌 무엇이
되고자 했던가?
무엇이 그리 부족해
명함 속 이름 앞에
그럴듯한 직함 하나
높여놓고 좋아했나
무엇이 그리 부족해
수많은 수료증과
자격증을 쌓아가며
우쭐대며 좋아했나
나 무엇을 하였다고
기뻐하고 자랑했는가?
수많은 이들의
숨은 노력과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는
너무 뻔한 사실도
덮어두고 자랑했나?
수많은 이들은
내 철없는 자랑질에
상처받기도
위축되기도 하는데
뭐가 좋아 기뻐했나
나 무엇을 하지 못했다고
슬퍼하고 눈물흘렸나?
아쉬움을 참지 못해
다시 도전해 이뤄보니
그때 포기했던 이유가
기쁨만 취하고 고통은 피하며,
편안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내 자신의 게으름 탓도 있고
치기어린 오만함에
도움도 구하지 않고
나 홀로 까불다가
지치고 소진되어
포기하고 도망간
미숙함 탓도 있더라
나 없이는 안될 것 같던 일들도
내가 무시한 누군가 맡아
친구들의 도움도 구하고
묻고 배워 마침내
나 없어서 더 잘된 일도 많더라
때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더 적합한 사람이라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슬퍼하는 건
아직 어린 나의 투정 같은 것이더라
나 나의 존재자체를 사랑하는가?
욕심많고 부족해도
어리석고 교만해도
서투르고 미숙해도
나 아닌 누가 먼저
괜찮다고 말해주리
답도 없이 해매던 길
질문잡고 살아가는
나의 벗들 함께라서
천천히 쉬엄쉬엄
함께가는 여정에서
고맙다고 말해주리
사랑한다 말해주리
2018. 10. 24 질문술사
유하진 선생님의 질문을 벗삼아 끄적이다.
벗이 묻고
나도 묻고
다시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