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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Oct 24. 2018

벗이 묻고 나도 묻다

유하진 선생님의 아침 질문에 답해보다

함께 공부했던 벗이 아침에 페북에 올린 네 개의 질문을 보았다.

- 나 내가 아닌 무엇이
   되고자 했던가?

- 나 무엇을 하였다고
   기뻐하며 자랑하였는가?

- 나 무엇을 하지 못했다고
   슬퍼하며 눈물흘렸는가?

- 나 나의 존재자체를 사랑하는가?

이 질문들을 들고, 출장길에 틈틈이 하나 하나 질문에 답하다보니, 빛을 추구하는 불쌍한 내 자신의 그림자를 어루만져 주는 시간이 되었다.

벗이 묻고, 나도 묻다.


나 내가 아닌 무엇이
되고자 했던가?


무엇이 그리 부족해

명함 속 이름 앞에

그럴듯한 직함 하나

높여놓고 좋아했나


무엇이 그리 부족해

수많은 수료증과

자격증을 쌓아가며

우쭐대며 좋아했나



나 무엇을 하였다고
기뻐하고 자랑했는가?


수많은 이들의

숨은 노력과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는

너무 뻔한 사실도

덮어두고 자랑했나?


수많은 이들은

내 철없는 자랑질에

상처받기도

위축되기도 하는데

뭐가 좋아 기뻐했나



나 무엇을 하지 못했다고
슬퍼하고 눈물흘렸나?


아쉬움을 참지 못해

다시 도전해 이뤄보니

그때 포기했던 이유가

기쁨만 취하고 고통은 피하며,

편안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내 자신의 게으름 탓도 있고


치기어린 오만함에

도움도 구하지 않고

나 홀로 까불다가

지치고 소진되어

포기하고 도망간

미숙함 탓도 있더라


나 없이는 안될 것 같던 일들도

내가 무시한 누군가 맡아

친구들의 도움도 구하고

묻고 배워 마침내

나 없어서 더 잘된 일도 많더라


때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더 적합한 사람이라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슬퍼하는 건

아직 어린 나의 투정 같은 것이더라


나 나의 존재자체를 사랑하는가?


욕심많고 부족해도

어리석고 교만해도

서투르고 미숙해도

나 아닌 누가 먼저

괜찮다고 말해주리


답도 없이 해매던 길

질문잡고 살아가는

나의 벗들 함께라서

천천히 쉬엄쉬엄

함께가는 여정에서

고맙다고 말해주리



사랑한다 말해주리




2018. 10. 24 질문술사

유하진 선생님의 질문을 벗삼아 끄적이다.


벗이 묻고
나도 묻고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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