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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Oct 31. 2018

아주 오래된 질문 : 꿈과 깸

꿈을 꾸어야 할까요? 꿈에서 깨어야 할까요?

간만에 노트에 끄적인 글을 옮겨 적지 않고 그대로 올립니다. 그저 끄적인 글입니다. 나중엔 조금 더 친절히 옮겨 적을 수 있길 바랍니다.

요즘엔 점점 더 불친절한 글쓰기에 능숙해지나 봅니다. 그냥 일기장에나 적을 내용을 이리 불친절하고 모호한 말로 오픈하는 걸, 미숙한 이의 몸짓이라 그러려니 하시길.

2018. 10.31 질문술사

꿈과 깸을 다시묻다

  전 그림자를 정갈한 옷과 아름다운 화장으로 숨긴 이들이 나쁘다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들도 몸부림치고 있을 뿐. 다만 그림자를 숨긴 이들이 만들어가는 환상에 취해 꿈꾸는 이들이 조금은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자신과도 화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뀀에 빠지면, 그들 꿈의 먹이가 되곤 합니다. 그들의 꿈은 당신의 꿈이 아닙니다. 저 역시 잠들어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제가 파는 꿈들에도 역시나 취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빛나는 저만 보이면 침묵하고, 저의 그림자도 함께 보이면 그때 이야기하시지요.
2019. 9. 4  밤에 덧붙인 메모

살짝 잠들었다가 다시 깨었다. 워크숍 퍼실리테이션이나 질문 수업을 한 오늘 같은 날이나 귀한 배움을 얻는 날이면 지금처럼 잠에서 깨는 일이 잦다. 하루의 경험을 내 비좁은 정신이 온전히 받아들이고 충분하게 소화하지 못해서 그런 듯하다. 흘려보내도 되는 의식들도 있을 터인데, 일어난 생각이 떠나갈 때까진 조금의 여유가 필요한 듯하다.

  꿈과 깸은 엮여 있는데, 꿈을 꾸는 것보단 꿈에서 깨어나는 게 나는 더 어렵다. 마흔이 넘어서도 많은 꿈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300벗을 사귀겠다는 꿈도, 시인으로 살겠다는 꿈도, 더 좋은 질문 책을 계속 쓰고 싶다는 꿈도, 내게 코치로서 삶을 허락한 이들이 x10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공헌하고 싶다는 꿈도,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는 꿈도.... 모두 꿈이다. 놓지 못하는 꿈들이 깨어난 상태의 나를 속박하고 잠든 상태에 머물게 한다.

  깨어난 나는 몸을 깨끗이 씻고, 정리정돈을 하고 청소를 하며, 길을 걷고, 꽃구경도 하고, 바람도 느끼며, 하늘도 바라보며, 내 숨도 바라보고, 말 걸어오는 이웃과 잠깐씩 대화도 하고, 밥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잠도 잘 잔다. 그러나 온전히 깨어서 이렇게 살지 못할 때가 많다. 아니 이런 것을 바라는 것도 꿈이다.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이 너무도 적다. 그러니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매일 몸의 고통 속에서 깨어난다는 시인은 이런 기도를 한다.

‘하나님
 오늘도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말고
 깨워주십시오.’

_  나태주, 「잠들기 전 기도」

 우리는 어느 날 아침에 다시 깨어나지 못할지 알 수 없다. 그저 깨어남이 허락됨에 고마워할 뿐이다. 종종 벗들에게 말하지만, 깨어나면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더 생생히 자각하게 된다. 모든 깨어있는 순간에, 고통이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오늘 밤도 깨어있고, 아직은 꿈에 빠져들지 않은 상태다. 잠시 후 다시  잠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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