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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Sep 01. 2019

비렁뱅이와 부자시인 + 올해의 결실 Q노트

가난한 질문술사와 부자 시인박씨의 삶을 다시 묻다


ㄴㅏ의 가난함



만남이 없을 때

내 마음은 가난해져 너덜너덜거리고

두둑한 지갑을 헛된 곳에 버린다



만나고 싶을 땐

내 텅 빈 지갑보다 텅 빈 마음이 부끄러워

너에게 연락도 못하고 담배만 태운다


ㄴㅏ의 가난함 (초고)




가난한 질문, 풍요로운 시



나의 가난은 질문에 머물게 하고

나의 풍요는 시를 끄적일 수 있게 하네



너의 가난에는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네 풍요로운 삶은 내 시의 가난을 돌아보게 한다네



마음이 풍요로울 땐 질문을 만들어보고

마음이 가난할 땐 토해내듯 시를 쓰는 것은

내 삶이 가난한 부자라서 일까?



너의 가난에 시 하나 선물하기 좋고

너의 풍요로움에 질문하기 좋은 가을이 온다네



가난한 질문, 풍요로운 시 (초고)


부자 형님이 '가수보단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시인 보다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사세나'고 글을 남겨 주셨다. 문득 나의 가난이 부끄러워졌다.




질문의 값



시시한 시를 써놓곤

공짜로라도 읽어주는 이가 있을 때

기뻐하는 걸 보면 시인 박씨는 부자다

밥 한 그릇 사 먹을 가치를 지닌 시를 쓰고 싶은

시인의 욕심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질문 공부하는 벗들에게

오직 값을 제대로 치른 분들에게만 묻는다

질문은 공짜가 아니고

질문을 싸구려 취급하는 분들은

나의 벗이 아니라며 고집을 부리는 것은

질문술사의 알량한 자존심 놀이다

아직 가난한 질문술사라 그렇다


질문의 값 초고



2019. 9. 1.

질문술사 시인박씨

밥벌이의 숭고함과 고단함 사이에서
질문의 값과 시의 가치를 다시 묻고 있다.

[詩足 1] 밥벌이의 숭고함과 고단함 사이에서


  질문술사 박코치는 질문으로 밥벌이를 한다. 기업가들에겐 혁신가의 질문을 소개하고 돈을 받고, 리더들에겐 이끄는 질문을 묻고 함께 머물며 고민해주면서 돈을 번다. 교수자들에겐 학습자들이 질문을 품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안내하며 돈을 받고, 질문을 잘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겐 질문의 연금술을 글로 풀어내 쓰고 책으로 엮어서 돈을 벌었다.


  밥벌이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고단하고 숭고하다. 자신의 밥벌이 수단이 무시당하거나, 멸시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되거나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면 모든 밥벌이는 존중받아야 하며, 온전하고 적절한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시를 끄적이는 것은 아직 내게 밥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시를 쓰지 못한 날도 밥 먹고 살 수 있으니, 내 삶은 부끄럽게도 그리 가난한 축에 속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갑의 풍요로움과 삶의 풍요로움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시는 마음이 가난해져 고통스러울 때 끄적인 것들이 많다. 가난했던 시인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던 적도 셀 수 없이 많다. 이 땅 위의 시인들이 부자가 되었으면 하면서도, 부자가 된 시인이 더 이상 좋은 시를 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곤 한다. 질문으로 돈을 벌 때마다,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가난한 시인들의 시집이라도 한 권씩 사야겠다. 그것이 나의 가난한 마음을 속죄할 수 없을지라도.

詩足 (초고) 오늘은 시 세편을 끄적인 후 詩足을 남깁니다.

[詩足 2]


내 삶의 무게를 담은 질문,
내 삶의 숨결을 담은 시


  코칭을 처음 배우던 십몇 년 전에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질문 만드는 것이 그리도 어색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싸부라 부르는 분들의 질문을 훔쳐와 묻곤 했다. 어느덧 내 삶의 무게를 담은 나다운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지내는 질문술사가 되었다.

  시인이라고 우기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쓴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아직도 멋진 문장가들의 글을 훔쳐와 시를 쓸 때가 많다. 아직은 도둑 시인일 때가 많지만, 아주 조금씩 내 삶의 숨결을 담은 시를 끄적이고 있다. 계속 이렇게 살다 보면 조금은 더 온전해지고, 내 결 따라 끄적여도 자연스럽게 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그냥 믿어주고 싶다.



[詩足 3]


이번 가을에 수확해야 할
올해의 결실은 무엇입니까?


  이 글을 끄적이는 오늘은 9월 첫날입니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네요. 이번 가을에 수확하고자 하는 올해의 결실이 무엇인지 묻고 답해보았습니다. 저는 묻는 삶의 결실과 쓰는 삶의 결실, 나누는 삶의 결실이 풍성하게 열매 맺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두었습니다.

  함께 질문 노트를 끄적이고 싶은 벗들을 위해서, 간단한 질문 노트 한 장 만들어보았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다운로드하여, A4 사이즈로 출력해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시인의 마음으로 질문 하나 빈칸들과 함께 보냅니다.  


[ 2019 가을 질문 질문노트 : 올해의 결실을 다시 묻다 (PDF 다운로드 공유 링크 첨부합니다)

 : https://hoy.kr/5Qfnc ]





[詩足 4] 질문술사가 사랑하는 풀꽃 시인, 나태주 님의 [멀리서 빈다]를 손으로 끄적여 첨부해둡니다.   


가을입니다. 이 글을 읽으실 당신도 부디 아프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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