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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Oct 18. 2019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공주풀꽃문학관 방문 나태주 시인 만남 후기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_ 나태주 <그리움>



공주풀꽃문학관 방문기

(나태주 시인과 만남을 기록해둡니다)




1.


아내에게 새벽에 뜬금없이
공주에 다녀와야겠다고 말하곤 길을 나섰습니다
무작정 공주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 안에서 '그리움'이라는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글 몇 줄로 따스한 맘 전해주시는

어른을 만나고 싶었답니다

홀로 풀꽃문학관만 둘러보고 돌아가도 좋겠지만,

그래도 만나 뵙기를 바랐습니다


어른들에게 칭찬받고 싶어
상장하나 손에 들고 달려오는 아이처럼
흔들리는 마흔 틈틈이 끄적인 초라한 시를
그분께 보여드리고 격려받고 싶었나 봅니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 꽃 피워 봐 / 참 좋아 _ 나태주 <풀꽃•3>


풀꽃문학관에 도착했지요
시인의 자전거가 보이질 않아
살짝 아쉬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햇볕이 너무 좋아 / 혼자 왔다 혼자 /

 돌아갑니다’는 그리움 남겨야 하나 했지요





2.


아담한 공간을 서성이다 보니

자전거를 세워두는 소리 반갑게 들리더군요.

쑥스럽게 인사드리곤 풀꽃문학제 준비로

바쁜 시인 주변을 한 참 서성이다가

용기 내어 다가섭니다



수줍게 저의 시집을 꺼내니
글 쓰는 이냐고 반갑게 물으셨지요
부끄러운 제 시집을 다시 살펴보시더니
이미 읽어봤다고 하시며
당신의 시집에 서명을 담아

선물로 되돌려주셨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_ 나태주 <풀꽃•1>





3.


감정.

정제된 감정이 담긴 시에 대한 이야기와

보들레르의 시도 읽어보길 권하셨지요

시인이 선물해준 한 단어


한 단어로 저의 모자람을

머리에 의존하는 제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 시가 담아내야 할 것을

아프게 꼭 짚어 주셨습니다


조곤조곤하시는 말씀

잊어버릴까 두려운 어린 시인은
노트는 꺼내지도 못하고
해 주시던 말씀 속으로 되새기며 들었습니다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 서성이고 있던가

내가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_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4.


짧은 만남 후

문학관 입구를 나서면서,

아니 어른 시인을 마주한 그 순간에도

울컥 그리움이 밀려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당신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나 봅니다

시 쓰는 법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었는데
너무도 친절하고 애정 어린 조언에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속이 상했나 봅니다

짝사랑하던 어른 시인 앞에 서니
 ‘애썼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었나 봅니다
어리광 부리고 싶었나 봅니다

마음이 아파서 여러번 글씨 쓰는 손이 떨렸습니다 _ 나태주 <시인>





5.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하는 마음 남겨두고

저는 수락산 자락으로 돌아갑니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_ 나태주


그저 뵙고 싶은 마음에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 그리워 찾아갔는데
이 그리움은 더 깊고 넓어져 버렸네요





2019. 10. 16

선물 같은 만남 허락해주신 나태주 시인에게

질문술사 시인박씨

어른 시인을 그리워하는 마음 담아

공주 방문기를 끄적여둡니다

다시 찾아뵙기를 약속하며...

공주풀꽃문학관 방문기 (초고)




일주일 전 연애 편지를 보내듯 시집 초고를 나태주 시인님께 보냈습니다.
삿되게 추천사를 받아보고 싶었나봅니다
시집을 보내고 나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끄적여보기도 했지요
시집이 정식으로 출간되면 다시 찾아뵙고 싶습니다



그립고 슬픈 마음 담아 시 한 편 끄적여두었습니다.

https://brunch.co.kr/@sambom/244


동네 책방에서 나태주 시인 신간 산문집도 하나 더 구입했습니다
시를 쓰려는 소년에게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 관점에서 나 좋을 대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바라보고 듣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더 깊고 아름답고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귀가 열린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나 자신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나는 또 하나의 타인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들이 안쓰럽고 눈물겹고 불쌍하게 여겨질 것이다.

_ 나태주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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