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시작

詩 발

별 볼 일 거의 없는 발을 위해 詩 한편 끄적여둡니다

by 삼봄
길을 가다가 /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 내 신발이 말했다 / 발아, 미안해 / 내 발도 말했다 / 신발아, 괜찮아? / 너도 참 아프지?

_ 정호승 [신발]




별 볼 일 없는 詩


저는요 평소에 별 볼 일이 거의 없어요

땅바닥 붙어서 버티는 거밖에 못해요

윗동네 사는 분처럼 고고한 이상도 없고요

손님 같은 섬세한 재주도 없답니다


온몸 무게를 감당하고 버티며 지내요

걷고 또 걷는 날 저녁엔 퉁퉁 불기도 해요


가끔 당신이 홀로 쉴 때

갑갑한 천 쪼가리 벗겨주시고

시원한 바람 느끼게 해 주실 때

시원한 계곡 물로 깨끗이 씻겨 주실 때

그런 순간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별 볼 일 거의 없는 일상이지만

별 보며 걷는 당신과 늘 함께라

뿌듯함 느끼며 살고 있어요



2020. 5. 21

질문술사 시인박씨

별 볼 일 거의 없는 발을 위해

詩 한편 끄적여두고 싶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신발과 내 비루한 詩발 (초고)
詩足 : 오늘도 비루한 시를 끄적끄적 적어둡니다.

첫 시집을 출간 한 이후로는 좋은 시를 쓰겠다는 욕심은 조금씩 비워지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쓰겠다는 욕심은 여전히 비우지 못했지만요. 그래서 오히려 세 번째 책을 쓰는 작업은 진도가 나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작업은 비루함에 머무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발바닥에게 배울게 참 많다는 생각으로 몇 자 끄적여 둡니다.

(저는 정말 발을 보는 게 좋습니다. https://brunch.co.kr/@sambom/240​​​ ​)

비루한 시인으로 살아가며 끄적여둔 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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