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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Dec 28. 2021

오늘의 일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봄의 일>

꽃을 심는다
네 생각을 심는다

언젠가 네가 이 꽃나무
옆으로 돌아오기를

네가 꽃으로 피어나기를
꿈꾸면서 소망하면서.


_ 나태주 <봄의 일>


연일 추운 바람이 매섭습니다. 이 추운 날에도 봄날을 기다리게 만드는 시를 필사하고 낭송해 봅니다.


https://youtu.be/sKoL5hfFPrQ

나태주 시인의 <봄의 일>과 제가 쓴 <오늘의 일> 낭송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둡니다.


              꽃씨를 심는 것이 봄의 일이라면,

  겨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작년 겨울 이맘 때 즈음 함박눈을 맞으며 제주 올레길을 걸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가던 곳에서 소설가 김연수 님의 글을 보고 담아두었습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_ 김연수


이 아름다운 문장에 한 참 동안 머물다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한 참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파도를 키우는 것이 바람의 일이라면 시의 씨앗을 담아다가 싹 틔우는 것은 시인의 일이겠지요. 그날 ‘오늘의 일’이라는 시 한 편을 끄적였습니다.


차디찬 계절 눈물로 버티고
거리두기 외로이 견뎌내는 것이
지난해 우리의 일이었다면

칼바람 속에서도 홀로 춤추고
고독에 머물며 노래 부르는 것을
새롭게 나의 일로 삼으리라

따뜻한 봄날 오길 기다리고
아픔 사라지길 기대하는 것이
어제 내가 한 일의 전부라면

언 땅 위에서 함께 뛰놀자고
고통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다시
살아 숨 쉬는 오늘을 살자 청하리라.


_ 2020년 12월 마지막 날에 시인 삼봄이 끄적여둔 <오늘의 일>


시시한 글 써두고 시인이라 우기며 살아왔으니, 시들어가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롭게 살고 싶은 의도 담아 글 한편 남겨두고 싶었나 봅니다.


지난해를 떠나보내는 것도,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도, 매년 별다를 바 없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새해엔 내가 바라는 삶을 시시콜콜 답하기보단, 삶이 바라는 나는 과연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제 안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어제의 일을 후회하며 돌아보거나

내일의 일을 그저 희망하는 것도 아닌

오늘의 일을 사랑하며 그 흔적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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