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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r 02. 2022

바람이 부네. 나도 다시 일어서야지.

이해인 수녀님의 <3월의 바람>과 천상병 시인의 <봄바람>을 담아둡니다.


이 따스한 봄바람은 어디서 불어온 걸까요?
누구의 따뜻한 기운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요?



  오늘 새벽엔 봄바람을 담은 세 편의 시를 삼봄의 목소리에 담아두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3월의 바람>, 천상병 시인님의 <봄바람> 그리고 오늘 고등학생이 된 저의 둘째가 8년전 9살 무렵에 끄적여 선물해 준 시 <봄바람> 입니다.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듣기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292606



필까 말까
아직도 망설이는
꽃의 문을 열고 싶어
바람이 부네

열까 말까
망설이며
굳게 닫힌
내 마음의 문을 열고 싶어
바람이 부네

쌀쌀하고도
어여쁜 3월의 바람
바람과 함께
나도 다시 일어서야지
앞으로 나아가야지

_ 이해인 <3월의 바람>


————

봄철이 되어
봄바람이 쏴 분다
세상이 온통 날아갈 것만 같다.

어쩌면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스리 풀려나올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봄바람이 한가하게 불었으면 한다.

_ 천상병 <봄바람>


————

따스한 봄 바람이
살랑 살랑
봄이 왔다는 소식을 알리는
봄바람
봄은
따뜻한 봄기운
봄바람은 우리를
졸립게 한다


_ 삼봄씨의 둘째 딸 시인 유니가 9살 때 끄적인 동시 <봄바람>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꽃잎 한 장처럼]을 읽다가 ‘3월의 바람’이라는 시를 가장 먼저 필사해 담아두었습니다. 봄바람을 주제로 저도 시 한 편 써 볼까 하다가 우리 동네 수락산 자락에서 사셨던 천상병 시인의 ‘봄바람’과 우리 집 둘째 꼬마 시인님께서 아홉 살에 끄적인 ‘봄바람’을 발견해 다시 읽어봅니다. 이 봄바람의 향연을 음미하고 나니 그저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삼봄씨의 시시한 말을 붙잡아 글로 표현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음을 깨닫습니다.


  이해인 수녀님과 천상병 시인님 그리고 오늘 고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따님의 봄기운 가득한 시 속에서 함께 머물며, 제 차디찬 심장 속에도 봄기운이 아직 남아 있음을 발견하고 기뻐합니다. 시 한 편 쓰지 못한 아침이지만 봄기운 스민 새벽을 맞이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겠지요?


  3월 둘째 날을 맞이한 오늘 아침에도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바람에 시를 쓰겠다는 욕심도 놓아 보냅니다. 조금은 더 가벼워진 봄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더 가벼워질 시인 삼봄이 되겠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더 이상 붙자고 있지 않는 것이란 생각을 노트에 끄적여 두었습니다.


8년전 9살이던 따님이 작은 포스트잇에 <봄바람>을 담아왔습니다. 봄기운 품은 이 작은 시인님이 오늘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대 삶 속에 온기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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