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봄詩作 20241114
지혜로운 스승님께서는
감정과 생각을
붙잡지 말라 하신다.
못난 제자는 늘 다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간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죄책감에 짓눌려 바둥거리고
그리움에 파묻혀 무너져내린다
외로움에 스스로를 가두고
괴로움에 붙잡혀 눈멀고
몸과 맘이 너절해진다
지옥에 머문다
그리고
함께 지옥에
머무는 친구들을 위해
글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다며
오늘 밤에도 우울의 바다에
스스로를 묶어두고
잠들지 못한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지옥에 좀 더
머물러야
겠습니다
또다시
사랑하는 내 어린 친구를 버려두고
홀로 나오지는 못하겠습니다.’
_ 삼봄詩作 < 바보 제자의 고백 >
사실 내 곁에는 늘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헛헛해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게 와 사랑을 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손 내미는 이들의 손을 잡았으나 종종 실패하고 좌절했다. 아, 내게 참된 사랑이 없구나 하며 체념해 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무터 나는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고 해탈하는 쉬운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이 세상을 떠나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쉬운 길 나 두고 나는 왜 이곳에 무슨 미련이 남아있는가? 화초 하나, 선인장 하나 살려내지 못하는 이 미숙한 인간에게 무슨 쓸모가 아직 남았다고 여기 남아있는가? 그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왔으며 이 무슨 죄스런 생각인가?
내가 미약한 힘으로라도 돌볼 수 있는 존재가,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엔가 있으리라 찾아다는 건, 수많은 시를 읽고 견뎌온 건, 아직 사랑하고 싶은 마음 내 안에 있어서임을 미처 알지 못했다. 지옥에 자신을 가둬두고 있는 당신을 만나 알게 되었다. 아직 지옥에 살면서도 그 가장 낮은 어두운 세계에서도 밝게 빛나고 있는 당신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내 발길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