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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Jan 02. 2018

2018년의 삶은 왜 허락되었을까?

올해 마흔이 된 아저씨의 인생질문

공자님 말씀하시길,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마흔, 불혹(不惑)은 개뿔!


  내 나이 스무살 무렵엔 서른 이후까지 살 것이라 믿지 않았다. 내 나이 서른엔 마흔 이후의 삶은 구체적으로 그릴 수 없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밥벌이 하다보니, 정말 어쩌다 보니 마흔이 되었다. 그래 이젠 거부할 수 없는 아저씨다. 자고 일어나 새해를 맞이했지만 ‘불혹은 개뿔(?)’인걸 보니, 여전히 내 인생은 좌충우돌일 것 같고, 그냥 흔들리면서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마흔이 되기 며칠 전 둘째가 촬영해준 아빠 모습. 딸내미의 기타를 들고 폼잡는 질문술사
내 나이 마흔이 되기전에.... (이건 그냥 아재의 자랑질이다 ٩(^‿^)۶ )

1. 책 한권을 세상에 내놓고, 최소 3000명 이상의 지갑을 열어봤다. 부족한 첫 책이지만 6개월만에 2쇄를 이루었으면 이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그동안 고마웠던 스승과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로 드릴 수 있는 뿌듯함을 누렸다.

2. 내가 좋아하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일(존경하는 리더들을 코칭하기, 학습조직 촉진하기, 조직의 목표 달성과 성찰을 퍼실리테이션하기, 부족하지만 질문과 글을 통해 성찰을 나누기 등)을 업으로 삼아, 밥벌이하고 있다.

3. 이쁜 마눌과 토끼(야옹이와 멍멍이?)같은 두 딸과 함께 오손도손 때론 티격태격 살고 있다.

4. 주변에 찾아뵐 수 있는 존경할만한 어른들과 교류 할 만한 어른다운 벗들이 많다.

5. 가끔 밥 사줄 정도의 여유가 있고, 기꺼이 밥사주는 고객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6. 여전히 답을 찾고 싶은 인생질문들과 탐구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열정이 한가득 남아있다.

이정도면 마흔이 되기전에 충분히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이게 다 벗들 덕분이다.




Q : 2018년의 삶이 왜 내게 허락되었는가?


슬프게도 그에게는 삶에 대해 아무 감각이나 목표나 의지가 없으므로 추구해 나갈 궁극점이 없었다.
결국 곧 파멸해버리고 말았다.

_ 빅터 프랑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마흔의 아저씨가 된 내게도 2018년의 삶이 허락되었다. 꼭 그래야할 필연적 이유가 없는데도 살아있게된 존재는 삶의 의미를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책임을 가진다. 이 작업을 게을리한다면 빅터 프랑클이 말한 노에제닉 신경증(noögenic neurosis)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종종 마주하게되는 ‘무의미, 무의도, 무목적, 공허감’이 이 질환의 특징이라고 한다.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랑클의 전기


  8760시간, 365일, 52주로 이루어진 2018년이 시작되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많은 이들은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기 바쁘다. 년초에 세운 목표는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에 갇히기 쉽다. 새해에 세운 목표는 오직 8%의 사람들만이 실제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통계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는 삶도 나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새해가 되면 나는 가장 먼저 ‘올 한해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갈지’ 끄적여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2018년 첫 주에 머물러 답해볼 질문에는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의 저자로 알려진 파커 J 파머의 통찰을 반영해봤다. 파머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묻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물으라’했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하기 전에 인생이 내 삶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귀를 기울이라’했다.

  그래서 이번 '한 주간 품고 머물러 답해볼 질문'으로 ‘2018년의 삶이 왜 내게 허락되었는지, 나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선택하고, 내 안에서 올라오는 답들을 끄적여봤다.

  종종 마주해보는 질문이지만, 역시나 올해도 예전과 비슷하게 처음 올라오는 답은 ‘성찰’이다.

일주일에 질문 하나에, 여러가지 떠오르는 답들을 적어보는 질문술사의 Q+Play2018 노트




성찰을 반영한 삶을 살고 있는가?


  2017년 초에 세워둔 10가지 목표들 중에서 3가지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책을 출간하겠다는 가장 중요하고 오래되었던 목표 하나를 이뤄서일 수도 있다. 금연처럼 책 출간도 매년 결심을 하지만, 수년간 실패했다. 책 출간을 매년 목표로 세우고도 10년이 지나서야 첫 책을 낼 수 있었다. 목표도 계획도 완벽하지 않았고, 실천은 더더욱 완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우직함과 새로운 방식으로 조금씩 다르게 문을 두드려보니 열리긴 열리더라.

사실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 완벽한 목표나 실천은 이데아일 뿐이다.

 

  2016년 말에 정리했던 나의 성찰과 배움은 지난 2017년의 삶에 알게 모르게 스며있었다. 가능하면 매주 성찰하려고 했고, 새로운 만남을 귀하게 여겼고, 가능하다면 밥이든 글이든 나눠보려고 노렸했다. 의지력 충만의 거창한 목표들 보다, 성찰을 통해 정리한 소소한 깨달음들이 일상적 삶을 변화시키고 성숙시킨다.

1년 전인 2016년 말에도 파커J파머의 질문에 답을 끄적여봤다.


  올해의 내 삶의 끄적임과 창조작업은 '성찰' 이 한 단어에 집중될 듯 하다. 내가 생각하는 성찰(#Reflexion)은 단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에서 그치는 작업이 아니다.

  과거를 돌아본 작업에서 얻은 깨달음과 통찰이 새로운 삶에 반영되어야 온전한 성찰이다.


  올해엔 성찰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직들과 함께 몇가지 중요한 실험들을 시도해 볼 요량이다. '개인의 성찰이 삶에 반영될 때 개인의 삶이 변화되듯, 집단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서 성찰하고, 그 내용을 실제 경영에 반영될 수 있게 촉진한다면 조직의 혁신도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호기심을 가지고!



나는 왜 질문하는가?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만나는 내 삶의 경계에서 나다움과 우리다움에 대해 묻고 성찰하는 것이 코치이자 질문술사인 내 업의 본질이다.

  질문을 디자인하는 이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다보면, 2018년의 삶이 내게 허락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18. 1. 1. 질문술사 

덧붙임> 새해에도 복된 질문 듬뿍듬뿍 나누는 한 해 만들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들 충만하고 의미있는 한 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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