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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Bright Jul 14. 2016

어떤 냄새.essay

날것의 글, 01

나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타인의 냄새다. 장마철 여름의 물기가 뚝뚝 묻어나는 지하철 속에서 강제로 환풍기의 바람을 맞으며 옆사람의 체취를 못 맡은 척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임에도 사람들은 참 연기를 잘 한다.

내 후각이 유독 발달해서도, 그 냄새가 유독 심각해서도 아니라, 단지 타인의 것이기에 민감해지는 상황이 난감하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남의 잘못에 예민하고 그래서 그들의 인생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대낮부터 막걸리 냄새를 거나하게 풍기는 사람이라니, 혹은 언제 씻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을 쉰 내라니. 살이 닿고 등 뒤로 열기가 달아올라 불쾌한 것이기 보다는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냄새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들숨이 들리고 날숨이 맡아지는 가까운 거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시간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는가.

숨을 참는다. 그러면 더 후각은 민감해진다. 사람은 정말 이상한 동물이라, 숨을 참을 수는 없는 덕인지,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한 뒤에는 타인과의 자신의 구별을 포기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려고도 애써본다. '이 냄새는 세상 누구에게서나 날 수 있는 거야. 더럽다거나 못된 게 아니지.' 세뇌에 몰입하던 중, 옆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그래, 사람인 것이다. 이 모든 불쾌함이 세균덩어리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들과 나는 마찬가지 아닌가. 아침에 정성들여 뿌리고 나온 자랑스런 향수가 땀과 섞여 이제 흔적도 없잖은가. 이 모든 사람이 아침을 맞이했던 이들 아닌가. 구분을 흩고 소중함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곧 뒷사람의 구취가 어께너머로 밀려든다.

왜 우리는 이토록 가까이서 서로를 못본 체하며 못맡는 척하며 아무런 말도 않는가. 길거리에서 방금 산 고체향수 봉투를 달랑달랑 손에 들고, 흔들리는 지하철 위에서 사람들의 등과 어께와 팔꿈치에 의지하여 목적지를 기다린다. 세상에서 냄새가 없어지면 하루의 끝이 조금은 덜 괴로울까.


어떤 냄새,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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