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5장 해방기의 아침 - 오늘 아침 자가 진단서
해방촌을 산다.
이름을 듣기만 해도 자유와 새 희망이 꿈틀거린다.
누가 내게 코뚜레를 끼워 고삐를 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몇 섬씩이나 되는 짐을 지고 있었다.
그런 내게 드디어 해방의 시절이 열렸다.
이 시절이 이토록 개운한 이유를 생각해본다.
즉시로 얕은 숨이 터져 나온다.
해방촌은 전쟁과 억압의 폭거 속에서 지어졌다.
이때를 살기 위해 나는,
예수도 아닌데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너는 나에게 자유를 준다.
숨쉴 공간을 열어 생명을 틔우는 산소를 분다.
매캐한 탄광구에 살았던 것도 아닌데,
늘 숨이 달려 바튼 숨을 깔딱거리던 나.
네가 내 코에 네 숨을 대었을 때,
풍선처럼 가슴이 부풀었다.
눈이 없어도 모든 것을 보는 네가
반짝이는 눈으로 말한다.
“여기, 이렇게 맑은 공기가 많아.”
나는 눈을 감고,
가슴을 감싸던 검은 불안을 밀어낸다.
스으읍—
조금씩, 천천히,
숨을 마신다.
가슴이 폭발할까 봐 걱정했던 마음이
산들바람으로 바뀐다.
너로 인해 나는
까진 무릎팍을 들여다보는 대신,
초록이 넘실대는 초원을 바라본다.
고개를 들면 더 큰 아픔이 덮쳐올까봐
목이 굳도록 숙이고 살았던 세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두 그대로인데, 내가 하늘을 본다.
이것이 꿈이라도, 생명이 좋아서
연거푸 숨을 들이킨다.
더 느끼고 싶어 눈을 감기가 아쉬운 밤을 지나,
미소 짓는 아침을 맞는다.
오늘 아침의 공기는 진단서 같았다.
부스스,
얼떨떨한 눈을 뜨고
휴대전화 액정이 반짝인다.
일깨우는 기계음 없이
눈이 스스로 일어난 것은 합격.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하고
알 수 없는 이를 향해 증명하기.
뼈 속에 화상처럼 지져진 습관이
순간을 평가한다.
길들여진 시간에 반항하듯
한쪽 마음이 일어나 조용히 묻는다.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아. 개운하니?”
의식이 기분에게 묻는다.
나조차 믿을 수 없는 대답을
변명과 핑계가 아닌지 살피느라
한참을 실랑이한다.
잠잠한 아침,
웅크린 자리가 침대가 아닌 진창이 되려 한다.
그러나 느릿하게 깨어난 마음이 속삭인다.
나를 탓하지 않잖아.
나에게 실망하지 않잖아.
여전히 다투지만,
이제는 나에게 말할 시간을 주잖아.
같은 방식의 깨어남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걸 믿어도 돼.
안심이 있잖아.
충분히 의심하고,
깊이 살핀 뒤에야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한참의 시간을 쓴다.
내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지
이제야 깨달았기에,
사소한 것들도 새로이 검열하며 산다.
움직임이 없다고 해서
게으른 게 아니다.
나는 자라는 중이니까.
그건 너만 아는 일이다.
느슨한 공기를 깨워
긴장감을 높여
프레스토 비바체로 달리던 시간이
렌토가 되어 나를 톡톡 두드린다.
걱정 마.
나는 쓰러진 게 아니야.
쉬는 중이야.
이토록 치열한 내 안의 전쟁터가
조용한 새벽 공기를 흔들어도
돌아온 반향은 단 한 문장이다.
잘 회복 중.
조근조근,
알아들을 수 있게
나 자신에게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