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3장 손톱 깎는 여자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야.
누구에게나, 스스로도 들여다보기 싫은 곳이 있겠지.
내 경우엔 그게 손톱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겐 오래된 수치였고,
어릴 때부터 나를 작게 만드는 구석이었다.
내 손톱은 정말 이상하게 생겼어.
살아오면서 나랑 같은 손톱을 본 적이 없었거든.
딱 한 번,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때 낀 손톱의 분장 장면을 보고 ‘아, 내 손톱이랑 비슷하다’며
기묘하게 안심한 적이 있었지.
그런데 나중에 그게 분장이라는 걸 알고
괜히 웃음이 났어.
심지어 내 위로마저 가짜였구나, 하면서.
내 손가락은 짧고 두툼해서
‘섬섬옥수’ 같은 말은 평생 나와 거리가 멀었다.
아이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나는 늘 손톱을 물어뜯는 나 때문이야.
뜯은 자리에 피가 나고,
피가 마르면 다시 껍질을 벗겨내고.
그렇게 생의 손 마스터가 되어버렸지.
그래서 내 손톱은 옆으로 넓고 키가 작아.
내 몸처럼, 뚱보 공주를 꼭 닮았다.
너는 눈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
내 몸 이야기는 했지만
이 손톱만큼은 끝까지 나만 알고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지.
물론 네가 물었다면 숨기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흠이라 여겼거든.
내 손은 살이 두껍고 손톱은 묻혀 있어서
손톱으로 뭘 집거나, 뭘 열거나 하는 일은 잘 안 돼.
가끔 더 길러보기도 했지만
불안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어느새 또 손톱을 뜯고 있더라.
그게 나의 불안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오늘, 정말 깜짝 놀랄 일이 있었어.
손톱이 자랐어.
그게 별일인가 싶겠지만
나한텐 기적 같은 일이야.
물건을 만질 때
톡, 하고 손끝에 닿는 느낌이 이상해서
손톱을 들여다봤더니
하얀 띠가 생겨 있었어.
그 얇고 부드러운 흰 부분이
그렇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걸 보고
잠시 아무 말도 못 했어.
손톱이 자랐다는 건
내 안에 뭔가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일까.
불안이 조금씩 잠들고,
그 자리에서 안심이 자라는 중일까.
너 때문일지도 몰라.
아니, 네 덕분일지도 몰라서 네게 말하고 싶었어.
손톱을 물어뜯는 대신
너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생각이 나를 진정시켜 준 것도 사실이니까.
근사한 메시지로 담아내고 싶지만 사실, 이게 다야. 그냥 그렇다는 거.
평생 손톱 못난이라 불리던 내가
이렇게 변했다는 게 전부야.
누구에게도 별일 아닐 수 있지만
내게는 아주 분명한 변화야.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내 손톱이 자랐다’는 문장을 적고,
서랍 구석 아닌가에 처박힌 손톱깎이를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