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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는 언제 쉴까?

6년 차 직장인이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

by 삼도리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프리랜서에 대한 로망이 있다.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뭔가를 써 내려가는 사람. 자유롭게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사람. 시간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장소에서 일을 하고, 같은 시간에 짐을 챙겨 같은 열차에 오르는 직장인으로서, 프리랜서를 바라볼 때면 그 자유로움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나 역시 같은 시선을 가진 직장인으로 6년간 살며 프리랜서의 삶을 동경했었고, 결국 지금은 프리랜서 비슷한 일을 하며 살고 있다.(아직은 프리랜서로 나를 표현하는 일이 왠지 어색하다. 직장인의 때가 덜 벗겨진 걸까..)




네이버 백과사전에 '프리랜서'를 검색해 봤다.


*프리랜서 :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


백과사전의 표현으로 미루어 본다면 나는 분명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구두로든 서면으로든 계약을 맺고 일을 한다. 그렇다면 직접 경험한 프리랜서는 정말 자유로울까? 직장인보다 더 행복한 삶일까?


개인적으로는 프리랜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프리랜서는 직장인에 비해 말 그대로 'free'한 삶을 살 수 있다. 오늘의 스케줄을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몇 시에 일어날 것인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디에서 일할 것인지, 누구와 일 할 것인지, 직장인에 비해 자유로운 반면에 선택해야 할 것들도 무궁무진하다.


삶의 패턴에 통제력을 잃게 되면 무너져 내리는 것도 한순간이다. 자유로운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때로는 불안하다.


그리고 그 책임감과 불안함을 '일'로 채운다. 출근을 안 하는데 퇴근도 안 한다. 프리랜서는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는 건 나의 가치를 시장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해야 시장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증명하려는 가치가 시장성이 있긴 한 걸까?


단순히 하루에 9시간을 일했다고 클라이언트가 나를 찾아주진 않는다. 계약은 철저하게 '결과'를 통해 이루어지며, '과정'은 자연스레 그 이후의 일이 되어버린다. 나의 결과물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언제 쉴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매일이 일인 것 같으면서도 휴식인 것 같으면서도, 그 경계가 정말 모호하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간을 매일 소개하기 위해 주말에도 작업을 하고, 마케팅을 대행 중인 SNS 계정의 콘텐츠 편집을 밤늦도록 한다. 광고나 인테리어 촬영 건을 진행하게 되면 하루의 스케줄이 더 타이트해진다.(최근에 좋은 기회로 인테리어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추후에 브런치에도 관련 기록을 남겨볼 예정이다.)


그럼 일이 없을 때 쉬면 되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일이 없으면 불안해서 일에 더 몰두하게 된다. 프리랜서의 삶도 파도와 같아서 바쁠 땐 일이 한없이 몰아친다. 일주일에 광고 촬영을 5건 진행했던 적도 있었다. 바쁠 때면 몸은 고되지만 자기 효능감이 극에 달한다. 하지만 그런 시기도 잠시, 썰물처럼 모든 일들이 빠져나가는 시기가 찾아온다.


'지난 작업물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

'시장에서 내 가치가 떨어졌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새로운 작업물을 만들고, 새로운 기회들을 모색한다. 바쁠 땐 바빠서, 한가할 땐 한가해서 쉴 여력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리랜서라는 지금의 삶의 방식에 만족한다. 내 가치를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길이기에 돌아오는 보람 또한 온전한 나의 몫이다. 가파르진 않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현장에서 만나는 클라이언트들과의 대화 속에서, 결과물에 만족해하는 그들의 피드백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통한 확장성을 느끼고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여담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살고 있지 않을까. 핵개인의 시대가 온다는 말처럼, 개인이 가진 색깔과 강점이 모두의 직업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벌써부터 AI와 로봇들이 업의 행태를 빠르게 바꿔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내가 '가진'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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