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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밀당 위에 밀당 고수”

오이 제 값에 사는 법, 피클스런 제안 몇 가지

by 삶은콩깍지


밀당 위에 밀당 고수


오이는 사실 만만하다. 매운 양념을 하면 매운맛이 스미고 짭짭하게 하면 짠맛이 스미는데 고유에 시원함이 더해지면 참으로 친근한 맛이 된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면 선뜻 손이 가는 생김은 아니다. 저것이 오이고 사실 그 안은 촉촉한 데다 아삭한 맛이 있다는 걸 알지 않고서야 누가 먼저 손을 뻗을 수 있을까.

오이로 하는 반찬이 아무리 다양해도 한 번도 요리해본 적 없던 시절에는 그저 모두 피부에 양보하던 때도 있었다. 생김새만큼이나 호불호가 있는 오이. 그래도 내입에 맞는 방법 하나쯤은 있지 않을 까?




오이 고르기



밀당하듯 사는 오이

마음에 드는 채소 가게 하나를 콕 찍어두고 지나갈 때마다 힐긋거려 본다. 가격을 크게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곳이 좋다. 이런 곳은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되니까 괜히 쭛뼛거릴 필요가 없다.

가게마다 순환 주기가 다르겠지만 경험상 월요일은 눈팅만 한다. 물건이 들어오는 날은 싱싱하니 상대적으로 좀 비쌀 테고 다음날부터는 처리를 해야 하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채소 순환이 빠른 가게 일 수록 가격이 자주 바뀌는데이랬다 저랬다 싶지만 오히려 사는 쪽에게도 좋은 거래다. 지금부터는 타이밍이다. 가격이 좋은 날을 기다리는 거다.

4개에 3천 원 했는데 오늘 보니 5개 3천 원 그럼 이번 주는 오늘 사면된다. 물론 다음 주에 가격이 쭉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욕심이 크면 사는 텀이 너무 길어질 수 있다. 계속 눈팅을 하다 보면 최저가와 최고가가 보이고 살 타이밍을 잡는 것도 능숙해진다.



골라 담기

보기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고민스럽다. 수북이 쌓인 오이들 속에서 옥석을 가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길게 쭉 뻗었다 싶으면 너무 홀쭉한 거 같고 통통하게 굵기가 딱 좋아 보이면 구부정하게 굽었다. 간혹 대형마트에 가면 군기가 바짝 든 신병들처럼 굵기와 쭉 뻗음이 일정한 오이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꼭지의 상태. 오이 끝에 노란 꽃이 붙어 있으면 정말 싱싱한 상태고 꽃이 없다 하더라도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이 좋다. 유난히 굵기가 한쪽으로 쏠린 모양새라면 일단 제쳐두자 씨가 많아 좋지 않다.




오이 보관&손질


그대로 냉장고?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아도 오이는 꽤 오래 버틴다. 오이는 대부분 비닐봉지에 넣어져 있는데 사온 즉시 냉장고에 넣어두면 며칠은 괜찮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무르게 되겠지만 그게 싫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사실 비닐봉지는 만능처럼 보이지만 안에 생기는 수분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오이 표면에 물기를 잡아주지 못한다. 그래서 오이가 무르는 걸 막을 수 없다.

비닐봉지를 뜯어내고 옮겨담자. 잘 말린 면보가 좋다. 면보는 얇아 두루룩 말기에 편하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표면에 생기는 물기를 흡수해주니까 오이가 쉽게 무르지 않는다. 한꺼번에 오이소박이라도 만든다면 넣어둘 새도 없겠지만 말이다.



굵은소금만 있으면

껍질째 먹을 오이라면 굵은소금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오이 껍질에는 도돌도돌한 가시가 돋아 있는데 굵은소금의 모난 구석이 두둘두둘한 표면을 매끄럽게 해 준다. 또 오이에 있는 쓴맛과 남아있을지 모를 나쁜 것들을 적절하게 제거해 준다.

흔히 보는 연한 색(일명 백다다기 오이) 오이는 가시가 작고 약해서 손으로 해도 괜찮지만 진한 색에 가시가 많은 것은(일명 가시오이 단맛이 강하다) 찔리면 꽤 아프다. 그래서 고무장갑이나 조리용 장갑을 끼고 하면 덜 아프다.




오이 응용



식초랑 오이

끓인 식초를 오이에 부으면 완성되는 게 오이피클이지만 만들기 전엔 항상 생각이 많아진다. 오이와 함께 무엇을 넣을 것인지가 꽤 고민스럽기 때문인데 그때그때 달라진다.

무 대신 비트를 함께 넣으면 보랏빛 예쁜 빛깔을 감상할 수 있고 고추를 함께 넣으면 알싸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조금씩 남은 재료들을 모아 넣으면 씹을 때마다 다양한 식감에 재미나다. 양파, 파프리카, 무, 양배추, 당근 등등 오이랑 피클 만들기에 좋은 채소는 정말 다양해서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재료를 함께 넣거나 시장에 많이 보이는(제철 식재료는 가격이 저렴하다) 걸 넣으면 된다. 나는 그때그때 기분과 요즘 내가 즐겨 먹는 음식에 따라 많이 결정하는 편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제안

하나.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보자.

비뚤비뚤 해도 좋다. 길쭉하게, 사각으로 삼각으로 내 맘대로 잘라보자. 모양 틀로 찍는 것도 괜찮다. 여유가 있으면 같은 모양끼리 분류해 각각 통에 담아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

둘. 너무 많이 만들지 말자.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두면 두고두고 반찬 걱정 없을 거 같지만 다 먹기도 전에 질릴 수 있다. 또 썰고 촛물을 만들어 붓은 게 전부인 과정이라 만만해 보이지만 양이 많아지면 지칠 수 있다. 썰다가 지친다. 내 힘에 맞게 조금 적은 듯 만드는 게 과정이 즐겁다.

셋. 다음 중 나는 어떤 타입인지 생각해보자.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중요한가? 아니면 푸릇푸릇 선명한 색이 중요한가? 식감에 예민한 타입이라면 촛물이 뜨거울 때 부어주자. 그러면 오이가 아삭아삭 해진다. 시각에 좀 더 예민하다면 촛물을 완전히 식힌 다음 부어주자. 오이가 익지 않아 색이 변하지 않고 선명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해먹당간단레시피

재료/

1. 기본 : 오이, 무, 당근

2. 촛물 : 식초, 물, 설탕, 통후추, 월계수 잎, 소금 한 숟가락

(물:식초:설탕=2:1:1)


준비/

1. 무를 원하는 크기로 썬다.

2. 오이를 원하는 크기로 썬다.

3. 당근을 원하는 크기로 썬다.

*세로 방향으로 칼질을 하면 생각보다 수월하다.(중력이 도와줘서인지도 ㅎㅎ)


순서/

1. 무, 오이, 당근을 밀패용기에 넣고 뚜껑을 닫아준다.

2. 재료가 잘 섞일 수 있도록 흔들어준다.

(볼에 넣어 섞은 다음 넣어도 좋다.)

3. 촛물을 끓인다.

4. 한번 끌어 오르면 식혀준다.

5. 촛물을 붓으면 끝

숙성/

:냉장고에 하루 이틀 정도 넣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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