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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Aug 11. 2019

신선한 풀이 주는 행복

2장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행동

 

 잔병치례를 몇 차례 겪고, 대상포진에 바이러스 감염까지 되고 나니 이 결과에 대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나는 가리는 것도 별로 없고 많이 먹으면 많이 먹었지 적게 먹거나 부족하게 먹지 않는데, 술을 좋아해 폭음을 하거나 줄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도 아닌데, 왜 몸은 항상 힘이 없고 감기에 잘 걸리고 여기저기 아프고 허약한 걸까?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을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가게를 하면서 점심에 서서 후다닥 먹은 편의점 도시락에 습관이 들어 집순이 생활을 하면서도 사 먹는 음식과 편의점 도시락을 끊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도시락에 컵라면을 세트로 먹어야 마음에 안정이 됐고 한 끼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그 끼니는 밥을 먹지 않은 것처럼 뱃속이 허전했다. 자극적이고 느끼하고 기름진 '파는 음식'을 먹어야 먹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음식을 사다가 미친 듯이 먹으면 그 순간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것처럼 즐거움이 몰려왔다. 목구멍까지 포만감이 차오르면 내내 나를 괴롭힌 공허함이 없어지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음식들은 영양을 섭취한다는 것보단 무료한 내 인생에 싸구려 자극을 계속해서 주는 역할밖엔 해주지 않았다. 폭식의 끝은 언제나 더 큰 우울감과 공허함이었다.

 밖에 음식을 완전히 끊고 집에서 다 해 먹기에는 여전히 난 남이 만든 기름진 음식이 맛있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은 밖에서 먹는 간단 음식을 조금 줄이고, 반찬만 포장해 곁들여 먹을 음식과 반찬을 내가 조금씩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사는 음식을 뭘 먹을지 고민할 때 한번 만들어졌다가 냉장고로 들어갔다 다시 데운 도시락보다는 이왕이면 막 만들어진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동네 마트나 시장을 구경하며 제철 채소중 가격이 착한 재료와 가격이 제일 저렴한 마트를 찾아봤다. 계절마다 싸게 나오는 채소를 천 원, 이천 원어치만 사서 깨끗이 씻고, 초고추장 또는 간장 양념에 무쳐 겉절이를 만들어 먹었다. 서양식 샐러드가 부럽지 않게 그럴싸한 반찬이 만들어졌다. 물에 막 씻겨져 방금 무쳐진 싱싱한 풀을 아작아작 소리를 내면서 씹고 넘기며 그 시간, 그 계절을 느껴봤다. 그 시간 그 계절 지금을 살고 있는 나를 아끼고 보살펴 주었다.






포인트 1. 밖에서 만들어진 음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레벨업

레벨 1/ 밀가루 음식이나 편의점에서 라면에 김밥이나 떡볶이.

레벨 2/ 편의점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찬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

레벨 3/ 도시락집에서 막 만든 도시락을 먹기

레벨 4/ 도시락 반찬만 사다 먹고, 밥은 집에 해둔 밥을 데워 먹기

레벨 5/ 도시락 반찬만 사 먹고, 반찬 한 가지는 내가 직접 채소를 사다가 신선한 반찬을 하고, 해둔 밥을 먹기

레벨 6/ 음식을 내가 집에서 해 먹기. 밥을 해서 갓 지은 밥을 먹고, 국이랑 반찬 한 가지 만들어 차려먹기

(구성 예: 막 만든 밥, 콩나물 국, 감자 두부조림 )

 

 레벨업을 하면서 바로바로 느껴질 정도로 속과 몸 생태가 좋아짐을 느껴졌다. 항상 갖지은 밥과 반찬으로 먹지 않아도 일주일에 3끼 이상은 꼭 집에서 한 음식을 먹으려 노력했다. 파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피자를 먹을까, 치킨을 먹을까, 도시락을 먹을까 등등 여러 메뉴 선택의 순간에, 기왕이면 레벨 업 단계를 선택하려고 노력했고, 한식을 먹으려고 했다. 음식을 포장한다면 밥은 파는 밥이 아닌, 집에서 지은 밥으로 대체해서 먹으려 노력했다. 밥만 바꿔도 한 끼 전체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먹고 나면 더부룩한 속이 편안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도 고기반찬 대신 계란, 감자, 가지, 버섯 등의 재료를 기름에 볶아 고기 대신 만족감을 주고 고기를 참는 연습을 했다.



포인트 2. 싸고 신선한 제철 채소를 찾아 바로바로 무치고 볶았다.

 어떤 채소든 씻어서 자르고 간장소스나 초고추장 소스에 버무리면 생각보다 쉽게 겉절이가 만들어졌다. 어렵게 생각했던 반찬을 엄마가 하는 걸 옆에서 곁눈질로 본 기억을 토대로 내 맘대로 넣어도 보고, 인터넷을 보고 도전하니 정말 쉽고 맛있었고, 가격도 저렴했다. 한번 사면 2,3일 정도는 먹 해 먹을 수 있는데 그때그때마다 만들고 맛을 보면서 내 입맛에 맞춰 만들어 먹으니 내가 만든 반찬에 만족감과 자신감이 점점 높아졌다. 가지, 애호박, 양파, 감자, 양배추처럼 생으로 먹기 힘든 것들은 파 기름에 볶다가 간장+설탕을 넣고 달달 볶아서 먹으면 맛있었다. 내가 했던 양념은 이렇다.


간장소스: 간장 2+설탕 1+식초 1+고춧가루 1+깨 ( 때에 따라 다진 마늘 추가 )

초고추장 소스: 고추장 2+설탕 1+식초 1+다진 마늘 0.5+깨

볶음 간장소스: 파기름+간장2+설탕0.5~1+(때에 따라 다진 마늘과 물 조금) + 마지막 참기름,깨 

(대략적 계량이니 입맛에 맞게 먹어보며 가감해서 맛 내기)



포인트 3. 저렴한 재료로 빠르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를 했다.

 지갑이 가볍다 보니 마트에 가도 가격부터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비싼 재료가 있었고 양과 가격 대비 싼 재료가 있었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고, 먹고, 치우고 나면 한 시간 반이 훌쩍 넘어가고 만들고 치우면 금세 또 돌아오는 식사 준비 시간이 은근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재료 가격이 부담가지 않으면서 과정이 간단하고 빨리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생각했다. 저렴하고 간단한 요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만들어 본 요리들은 이렇다. 화려한 요리는 아니지만 파는 음식만 먹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식비를 아끼게 해 주었다. 물론 가끔은 샤부샤부, 월남쌈 같은 거창한 음식도 하고 베이킹도 했지만 주로 일상에서 바로바로 내가 해 먹는 음식은 이렇다.


-단무지 무침 (소요시간 1분 미만) : 단무지를 썰고 간마늘 조금, 고춧가루랑 깨를 뿌려서 단무지에 섞는다.

-두부조림(소요시간 15분 내외) : 두부와 양념장(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설탕, 마늘, 참기름)을 물과 함께 냄비 넣고 약불로 끓여준다.

-콩나물국(소요시간 30분 내외) : 콩나물 머리 껍질 잘 씻어내고 끓는 물에 넣고 끓이다 소금, 마늘, 파, 고춧가루를 넣는다.

-햄 김치찌개(소요시간 30분 내외): 김치, 햄을 썰어 물에 끓이다 고춧가루, 다시다, 설탕 조금, 마늘 듬뿍 넣어 끓인다.

-달걀찜(소요시간 20분 내외): 달걀 3개를 물 반 컵 넣고 잘 풀어주고 소금을 조금 넣는다. 냄비나 돌솥에 넣고 저어가면서 끓여주고 반쯤 익으면 뚜껑을 덮고 뜸을 들인다.

-김치 참치 볶음밥(소요시간 20분 내외): 기름에 파를 볶다가 참치를 넣어 색이 밝은 색으로 변할 때까지 볶고 설탕, 김치 다진 것을 넣고 볶는다. 밥을 넣고 비비다 약불에 볶아주고 깨를 뿌린다.






나를 건강하게 해주는 듬직한 채소를 일상으로 초대하기.





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오면 다시 꺼내보기 위한 정리 목록이기도 해요.

보시는 분들께 이렇게 해야 돼! 라며 강요하는 정답이 아닙니다.

주제에서 더 잘 아시는 분이나 다른 방법을 갖고 계셨던 분들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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