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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Mar 24. 2022

나에게 맞는 긍정을 찾았다.

오래도록 탈 나지 않는 긍정적일 수 있도록.



한동안 자기 계발 서적이나 성공의 비법(?) 같은 콘텐츠를 멀리했다. 대학입시,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라는 굴레 속에 내가 스스로 준비하고 갖춰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에 거기에 추가로 요구되는 그놈의 '노오오력'이 너무 버거웠기 때문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들이 숨이 막혀 돈은 신경 쓰지 않고 청개구리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산지 10년. 이제 독립해 혼자 살아가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하는데... 모은 돈이 없네? 이 돈으론 혼자 살 집 하나 못 구하는구나...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사나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걸까? 돈을 버는 법을 찾다 보니 결국 어떤 직업과 상관없이 자기 계발은 빠질 수 없는 항목이었다. (자기 계발이 버거운 만큼 그 노력이 효과를 보는 걸까?) 다만 요즘 자기 계발과 돈에 대한 주제는 몇십 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다. 바로 '마음가짐'이다. 다양한 책과 콘텐츠는 그들의 '마음 가짐'과 '태도'에 포커스를 맞춰 내가 설정한 내 기본 설정값만 다시 조정하면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희망을 심어주며 나를 유혹했다.


특히 '자기 확신'과 '긍정'은 부와 성공을 떠나서도 내 마음에 장착되어 있으면 삶이 윤택해지는 게 당연한 일이라 나도 못할게 뭐 있어?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나를 도전하게 했다. 새해가 되고선 아침마다 자기 확신이 말을 녹음해 들었고, 부정적인 문장 사용에 주의했다. (뇌는 부정적인 말은 인식하지 못하고 긍정적인 말만 받아들인다고 한다.) 루틴 어플도 깔아서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루틴을 지키고 영어 스피킹 공부도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하고 있다. 수익을 올릴 무언가를 찾아 검색하고 공부하고, 다양한 책도 읽고 있다.


암시를 걸듯  마음과 태도를 발전적 방향으로 세팅을  때는 금방이라도 새로운 내가  것처럼,  인생을  것처럼 활기돌았다. 그런데  ,  ,  ...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세운 계획과는 달리 자꾸만 내리막길을 걷는  일상이 계속되니 내가 밀어붙이는 마음가짐과 일상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자꾸만 부딪쳤다.


나는 지금 너무 힘들고 다 그만두고 싶은데 아침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크리에이티브하다'는 녹음을 듣고 그 말을 반복하려니 생각의 간극에서 긍정이 말이 나를 더 울적하게 했다. 그런 생각이 분명 들었음에도 이 '울적함'과 '시무룩함'이 나를 잠식하고 긍정의 기운을 몰아낼까 '아니야, 난 그런 생각 안 했어. 난 괜찮아, 할 수 있어.' 라며 본심을 꽁꽁 감추고 감정을 부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과 의사 정채호 교수의 강의를 봤다.



 이 강의에는 '짝퉁 긍정' 이란 타이틀을 달고 긍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긍정이라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긍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좋게 생각한다는 뜻이 없습니다.


긍정의 참 뜻은, 그렇다고 인정한다. 사물의 존재방식을 있는 그대로 승인한다.

그렇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긍정은 좋게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냥 있는 존재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좋지 않은데 좋다고 하는 것은 ‘긍정’이 아니라 ‘왜곡’이죠.

심지어 현재 상황이 나쁜데 좋다고 이야기하면 왜곡을 지나서 ‘망상’입니다."



지금까지 나는 내 상황을 왜곡하고 있었나?

강의를 보고 생각을 수정했다. 지금까지 했던 생각의 루트는 이랬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라고 외쳤다. 나는 그걸 이뤄야 한다. -> 하지만 지금 상황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는 내가 한 말을 지키지 못한다. -> 나는 내가 한 말도 이뤄내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다. 열정도 끈기도 없다. 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하지만 이 감정에 빠지면 계속 이렇게 살 것 같으니 가짜로라도 할 수 있다 생각하자.


이 생각을 이렇게 수정했다.


자기 확신은 자기 약속이 아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말은 오늘 하루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지, 꼭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큰일 나는 법이나 규칙이 아니다.


긍정은 지금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이 좋지 않은 상황을 계속 좋게 생각할 수는 없다.-> 지금 상황이 힘들다. 초조하고 앞날이 불안하다. 걱정된다. 하지만 지금 내 감정이 이렇다고 내 인생이 전부 망한 게 아니다. 힘들어서 내가 하는 일을 모두 당장 그만 두면 지금은 편하겠지만 시기적으로 그만 두면 안되고 그만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 자기 확신의 말은 이런 오늘을 꿋꿋하게 견디기 위한 말로 사용하면 된다.


이제 긍정과 열정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듣기 좋은 음악처럼 하루의 무드를 잡는 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내 마음을 인정하고 난 뒤의 다독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또한 나는 자기 계발에서도 느림보 거북이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영어공부는 60일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고 하루 루틴도 잘 지키고 있다. 카페 또한 몇 년간 숱하게 없어지고 새로 생긴 가게들 사이에서 간판에 불을 밝히고 유지하고 있다. 소액 적금도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저금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체 불만만 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가는 것,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멋있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만의 열정과 긍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긍정과 열정을 따라 하려다 시무룩해지긴 했지만

이번 계기로 오래도록 탈 나지 않는 나에게 맞는 긍정을 비로소 찾은 것 같다.


가지 않는 토끼보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는 거북이가 빠르다.

앞으로 가는 걸 포기하지 않는 거북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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