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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Mar 19. 2018

09. 은하수 家

A.09


galaxy house









"더위 속에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하세요? 숨 막히는 더위 속에 잘 지내시는 지요?

7월 말에 만나 뵙고 매일매일 집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역시나 마음을 정하기도 쉽지 않고 더욱 

어려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우선 저희 생각과 생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멋진 공간을 만드느라 머리 아프고 고생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희 부부간에 또 저희 부부와 소장님 사이에 많은 대화와 이해가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고 또 원하고 있는 것이 과연 최적인가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아무튼 소장님을 믿고 하나하나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맨 처음 소장님이 주택에서의 어떤 생활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셨을 땐 대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막연히 정원이 있는 집, 아이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집이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 구체적인 어떤 

것도 떠오르질 않았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장님이 보여주신 도면과 모형을 대하니 각각의 공간에서의 가족의 생활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3.8.14. gwangju











"더욱 노력을 기울여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은하수家 프로젝트를 진행한지도 꽤 시간이 흐른듯하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와 작업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저도 선생님도 그리고 사모님도 간간히 고민을 하고 있었겠지만 쉽지만은 않은 듯 하지요? 

이번에 저도 건축가로서 아주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좋은 집을 잘 지어드리려는 욕심만 과한지도 몰라서.... 요즘은 마음의 중심으로 다시 들어가서 주택에 

대해서 주거의 본질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스텝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중략)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의 생각의 전환에 대해서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열망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당이 있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자연을 접하는 기회와 수고를 맞이하는 가운데서 우리는 어쩌면, 

개성 있는 공간과 특이한 공간, 재미있는 공간을 생각함과 동시에 전원을 즐기며, 자유로운 보금자리를 

동시에 꿈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아파트처럼 편리한 단독주택을 때로는 자유롭게 자연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별장 같이 

열린 전원주택을 때로는 이웃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좀 더 확대된 공동체의 생활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떠한 공간 어떠한 장소를 만드는 데 있어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좀 더 선생님 가족의 삶에 적합한 집을 설계하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 보겠습니다."  

2013.09.07. seoul








공간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다.


은하수가의 기본계획은 건물과 마당 그리고 내부의 주요 실들을 건축주의 삶에 적합한 방식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었다. 

아빠의 공간, 딸의 공간, 엄마의 공간 그리고 손님의 공간이 2층 집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와 관계를 맺으면서도 자기의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한 덩어리의 집은 두 개의 선형 공간으로 펼쳐지고, 

성격이 다른 공간이 만나는 곳에는 작은 보이드 공간을 두어 자연스럽게 분리하면서도 그 자리를 통해 

매 순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거나 마주 칠 수 있도록 하였다.





















은하수가 사는 집


설계가 한참이던 무더운 여름 건축주는 집 이름을 지었다며 연락을 주셨다. 

“은하수”집! 아빠와 어린 딸 그리고 엄마의 이름 한 글자씩을 가져와 만든 이름이었다. 

멋지고 의미 있는 이름이었다. 

설계하고 집을 짓는 동안 그리고 한 참을 지나서도 가끔씩 연락을 하고 만날 수 있었던

은하수가 식구들은 오랫동안 함께하고픈 따뜻한 이웃이 되었고 은하수 집에는 진짜 은.하.수.가 산다. 

집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집을 지어나가는 나의 삶 속에서 아마도 더 오래도록 남는 것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저마다의 마음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진 사람나무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8.03.20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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