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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Mar 31. 2018

11. 삼단고음집

A.11


3 story house










동네가 너무 좋아서......


15평이 채 안 되는 삼각형 모양의 작은 땅에 집을 짓고 싶다며 건축주가 사무실에 찾아온 것은 

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대지 주변으로는 다세대 주택과 한옥이 한 채 자리 잡고 있었고, 전면 도로는 

차량이 통과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이었다. 

참으로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일터인 삼간일목과 같은 동네여서 동네 주민으로서의 

모종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은 서울의 오래된 마을 서촌이다.

이 동네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건축주는 많은 고심 끝에 작은 땅이지만 지을 수만 있다면 

집을 짓고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했다. 

동네가 너무 좋아서 이 말 한마디가 너무도 고마웠다. 

우리는 하나의 작은 집에 살지만 좋은 동네에 사는 것은 아마도 가장 큰 집에서 사는 것일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도전은 시작된 것이다.



아~ 아~~ 아~~~! 삼단 고음처럼


주차하기도 힘든 땅이지만, 주차장을 만드는 대신 1층에는 7평의 작은 미술학원을 임대하고, 

가용한 건폐율과 도로 및 정북일조 사선제한 안에서 2층과 3층 

그리고 다락을 활용해서 두 아이와 부부가 살아갈 살림집을 만든다. 

다락을 포함해 전체면적 약 18평의 공간을 나누어 수직적으로 구성하여 하나둘 쌓아 올린다.


아~ 아~~ 아~~~! 

삼단 고음처럼.....












면적이 아닌 공간을 누리다


좁은 평면적 공간은 수직적 공간 구성으로 전화되었고, 멀리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는 밀집한 도심지에서 작은 전망과 채광 그리고 환기를 위한 천창이 있는 실내계단 옆의 아주 작은 보이드(오픈공간)는 

좁은 집이지만, 숨통과 소통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집이 작아 모든 공간을 아낌이 없이 면밀히 구성하였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욕실만은 넉넉한 크기로 

만들어서 가장 좋은 채광과 전망이 위치에 배치하였다. 


협소주택은 면적이 아닌 공간을 누리며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전화기를 빼앗으며...


삼단고음집과 사무실은 1분이면 도착할 거리에 있다. 

일터인 삼간일목과 매우 가깝다 보니 종종 건축주가 산책 중에 가끔씩 놀러 오신다. 

고향에 다녀왔다고, 감 말랭이를 주시거나, 그냥 커피 한잔 하려고 들렸다 거나..... 

건물 완공 후 몇 개월이 지나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참 통화 중에 갑자기 건축주의 아들 상욱이가 내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화를 빼앗았다며 나를 바꿔주었다. 

“건축가 아저씨! 상욱이 방(다락방) 잘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7살 어린 꼬마의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가의 촉촉함을 느꼈다. 

생각지도 못한 가장 소중하고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았다.












2018.03.31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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