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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Apr 05. 2018

12. 자목헌

慈木軒

A.12


jamokheon









“사람을 받쳐주는 편안한 집이면.....”


“ 해질 때까지 어느 공간에서나 채광이 잘 되어서, 낮 시간에 전기 불을 켜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전체적으로 썰렁하지 않고 사람을 받쳐주는 편안한 집이면 좋겠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2층인데 엄마와 딸은 서로 계단 중간에서 마주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둘은 계단 중간에 쪼그리고 앉아서 오랫동안 수다를 떨면서 웃고는 합니다. 

그 공간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








편안함과 따뜻함은 서로 닮았다.


성장한 두 자녀를 둔 중년의 부부는 합리적인 동선과 공간구성 

그리고 그 안의 사람을 포근하게 안아줄 편안한 집을 요구했다. 

편안함은 편리함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이 느끼는 편안함은 아마도 사는 이의 마음과 함께 공간의 분위기 속에 

스며들어 있는 따뜻함과 서로 닮아 있다. 

건축주의 바람을 담은 건강한 집을 기본으로 한옥처럼 나무구조가 주는 단순함과 솔직함과 

그리고 따뜻함이 공간에 스며들 수 있는 집을 생각해본다.










세 칸 한옥을 닮은 중목구조


요구되는 공간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그리고 구조 또한 중목구조이므로 공간의 구조와 구조의 구조가 닮아있다. 

프리컷(pre-cut)된 부재들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시공의 정밀성과 내진설계를 통한 

구조적 안전성을 추구하였고, 전체적으로는 한옥의 세 칸 구성이 공간구조의 바탕을 이룬다. 

1층은 방-거실-주방/식당, 2층은 방-가족실-서재/방이다. 

그리고 각 공간에는 주요 보와 한 두 개의 기둥을 그대로 노출하여 나무집의 구조미와 재료미를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도록 하였다. 

앞마당을 거쳐, 포치(퇴칸)에 올라선 뒤 긴 현관을 들어서면 작은 후정과 함께 목구조가 노출된 거실과 

식당을 만나게 된다. 

남향집이 가진 밝은 햇살과 따뜻한 질감의 목구조가 생활의 편안함과 평온함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감사하는 만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집은 건축가의 마음과 눈 그리고 손을 거쳐 그려지지만, 끝나고 보면 

집은 참 그 건축주(의뢰인)를 많이 닮아 있다. 

당호인 자목헌의 뜻은 집 주인의 성품처럼 자애로운 나무집이다. 

앞마당과 회랑 그리고 작은 후정을 가진 2층집이다. 

집짓기가 모두 끝난 뒤 그간의 어려움들과 마음 졸임을 뒤로 한 체 집을 지으며 가졌던 

첫 마음(빈 땅에 행복의 터전을 마련하는 일은 참 즐겁다)과 

앞으로 노력하고 채워나갈 행복의 다짐을 전해 들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아마도 얼마만큼 감사하며, 얼마만큼 소중히 여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나또한 곰곰이 생각해 본다.








2018.04.05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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