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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열세 번째 편지

건축심문 #13

by 삼간일목

L. 13


to house



열세 번째 편지

#13



2020 새해 첫 답장과 질문을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모두들 잘 지내시지요?

지난번 질문의 논란에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올해 첫 답장과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조금 급하게 적었지만 틈을 내어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올해는 좀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만약 이저우 ‘이집’의 소유권이 삼간일목에게 있고, ‘저집’의 거주자(소유자)를 선택하여 같이 살 권리가 있다면(물론, 저집은 소유권은 거주자가 지불하고 가짐) 지인이나 가족들 중 누구와 함께 살고 싶으신가요? 만약 그런 누군가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건축알못(예비건축주)들이 들어도 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ㅋㅋ"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운 고민입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만 또 간혹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는 게 삶이겠죠. 우선 가까이 그것도 자주 마주치거나 함께 나누어 써야 하는 공간이나 일상이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듀플렉스라는 주거 형식에서는 같이 지낼 가족에 대해서 무척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친한 사람이나 친인척이 우선 떠오르지만 또 너무 간격이 가까우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관계 유지라는 측면의 함정도 존재할 것 같아요.

소규모 공동체 주택이나 공유주택에서도 거주자에 대한 선별이나 심사가 꽤나 까다로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같이 산다는 장점과 의미 그리고 가치에 있어 우선시 되어야 할 점이나 규칙과 의무에 대한 사전의 이해와 각오가 없다면 사실은 득보다는 실이, 또는 같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어질 터입니다.

그래서 같이 살 사람을 정하기 이전에 나는 같이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인가? 또는 같이 살 준비가 되어있는가? 또는 함께 나누며 부대끼더라도 나 스스로의 여유나 충분히 그 가운데에서도 자유롭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됩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살짝 당황하다가도 꼭 그래야 한다면, 첫 번째는 친정부모님, 그리고 두 번째는 동생(처제)네 가족,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한 친구네 가족이나 첫째 아이의 친구네 가족 정도 순으로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처럼 결정하기가 어려워 계속 고민만 하였습니다.

부모님이나 친지랑 같이 산다면 좋을까? 부모님이야 늘 가까이에서 모시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상황이 허락하질 않을 것 같고, 처제네는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지만... 그리고 친한 친구네는.... 적당한 거리를 두었을 때 좀 더 생기 있는 관계일 수 도 있는데.... 여하튼 많은 고민이 됩니다. 우선은 교육환경이나, 직장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우선일 수 있는데 그러한 것까지 고려하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단순히 같이 살 한 가족을 곰곰이 떠올려 봅니다. 서로에게 도움도 되고, 또 서로에게 간섭이 아닌 선택적 공유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가족, 또 같이 있어 부담이 되지 않을 가족..... 누가 있을까요? 가깝다는 건 그만큼의 의무감도 함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서 한 가족을 찾아본다면....


음....


굳이 말하자면 집 씨네 같은 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우선 새롭게 관계를 맺고 알아가며, 친구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가족과 친구는 그동안의 추억이나 막역함으로 우선은 편하겠지만, 어쩌면 그 추억이나 친함을 잘 보전하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 하지만 집 씨네 같은 경우는 새롭게 알아가는 친구사이일 뿐 아니라, 서로에게 좀 더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삶에 있어 새로움과 나눔의 가능성이 클 것 같아서입니다.

그간의 믿음과 신뢰(건축주로서 그리고 이제는 형, 동생으로서 몇 년간의 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진 관계)를 바탕으로 새롭게 알아가기 시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떠오른 가족은 우선 집 씨 네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창조적인 작업을 하시는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건축주들 중에서 그림책 작가나, 공방, 빵집 등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과 옆에 같이 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욕심일까요? 아무튼 가능하면 무언가 생산적이거나 창조적인 활동을 공유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듯합니다.


ㅋㅋ 이번 질문은 참 재미있고, 어렵네요.. 같이 산다는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긴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좀 더 꾸준히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구성은 사실 구체적인 가족을 정한 상태가 아니어서 쉽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가능하다면, 1층 전체가 공유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유 주방, 카페, 목공방, 공부방, 공유 서재(작은 도서관), 게스트룸 등이 있고(가능하면 통합해서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구성), 2층에 각자의 테라스랑 프라이빗 주거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족 식구가 대략 8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작은 공동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1층은 늘 함께 해도 좋을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2층의 테라스와 내부 공간은 가족만의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1층 공간 앞에는 작은 마당과 공동 텃밭이 꼭 있어야 할 것 같고요... 1층에서는 늘 공동생활이 이루어지고, 원할 때 2층으로 올라가서 독립된 공간을 누리는 형식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2 가족뿐 아니라 3~4 가족의 구성도 가능할 것 같아요..ㅋㅋ


(예전에 일본 주택에서 이와 약간 유사한 구성을 본 적이 있는데.. 1층엔 거실 부엌이 있고 2층에 방이 3개 있는데.. 각각 거실이나 복도에서 전용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구성이 참 신선했었어요.. 2층에서의 방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아요..)


답변이 좀 부족해 보이지만, 여기까지 입니다.ㅠㅠ



05.jpg 2020 문호리에 설계 중인 삼간일목 계획안



내일이면 설날 연휴가 시작되네요..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에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해서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논란을 잠재울 얌전한 질문 하나를 또 보내드립니다.


건축 심문이라서 건축에 관한 질문을 하나 드립니다.

신입사원 면접 볼 때도 꼭 여쭤보는 질문인데.




" 국내, 국외를 구분하지 않고 가장 좋아하는 도시나, 건축물 또는 공간이나 장소 하나만 말씀해 주세요~ 이유나 느낌을 덫붙이셔도 좋아요~"


음력으로는 아직도 새해가 아니네요.. 즐거운 설날 되시고~ 다음번 편지에서 또 뵐게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ps) 저는 삼간일목의 모티브가 된 외갓집의 툇마루를 가장 좋아합니다. 나중에 만나서 같이 이야기해요~


2020.01.23


권현효


삼간일목



cf) 이집저집우리집의 건축 이야기 : https://brunch.co.kr/@samganilmok/34


이 글은 삼간일목에서 설계한 "이집저집우리집"건축주가 3년여를 살아오면서 느끼는 집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건축과 공간 사람에 대한 마음의 질문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묻고 답하는 편지의 내용입니다. 우리들은 이 편지의 솔직한 물음을 "건축심문(建築心問)"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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