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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Apr 28. 2021

책이 필요할 때

라면 먹을 때도 필요하긴 하지만


지친 일상에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조언을 해주고 내 행동을 긍정해줄만한 그런 것들이. 때로는 아픈 충고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그런 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될 수록 점점 더 그런 준비를 하기도 힘들고 '도와줄게'라거나 '잘했어'라고 칭찬 받을 일은 점점 더 사라져간다. 내면의 인정 욕구는 그런 식으로 점점 더 말라 비틀어져 간다.


그럴 때 함께 있어줄 사람들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언제나 그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만은 없고 때로는 나 혼자서 아픈 마음을 삭혀야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지친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멀리 도망가기도 하고 때로는 맛있는 것을 먹고 때로는 게임도 하면서 마음을 고쳐나간다. 그 중에서 책이나 신문 등을 읽으면서 회복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잘했다'고 인정받기 참 힘든 어른들이다. 아무리 힘을 내보아도 현실은 부족한 점만 드러나게 한다. 그런 일들은 어찌나 독촉하는지. 이렇게 세상이 사뭇 못되어 보일 때는 담담한 에세이 집을 꺼내곤 한다.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이나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과 같은 수필집이 도움이 된다. 읽고 있자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사람인 이상 힘들지 않을 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도 또 다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아픈지를 실감하게 한다. 이런 사실 조차 담담히 써내려가는 모습은 나의 문제도 흘려 보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준다. 아픔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어딘가 후련해진다. 그러면 내가 아픔을 겪어냈다는 사실이 조금 더 자랑스러워진다.


모든 걸 잊고 도망치고 싶을 때는 푹 빠져들만한 주제를 찾아서 읽는다. <스켑틱>같은 잡지도 좋고, <매거진 B> 처럼 아무 생각없이 넘겨도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잡지도 좋다. 책으로는 <홍차 수업>과 같이 특정 주제를 다룬 책이 좋다. 소설 책도 이럴 때 자주 읽히는 것 같지만, 나는 단순히 논픽션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소설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서는 푹 빠져들 수 있는 소설 책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독립 서점에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요즘은 책을 큐레이션한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겨서 산책 삼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대형 서점처럼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서 둥둥 떠있는 느낌과 달리 책방 주인이 골라놓은 책을 뒤적이면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찾기 더 쉽다. 그 독립 서점만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재미가 있다. 음료라도 한 잔 하면서 독립 서점이 판매하는 '문화'를 구매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떤 책이든 책은 친절하다. 내 삶에 너무 깊이 들어오지 않고 적당히 예의있는 거리를 유지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현실의 꼬집으며 날카롭게 다가오는 책들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어떤 경우에도 책은 나를 존중하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책을 덮을 때 즈음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누군가와 심도 깊은 대화를 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고나면 속에 있는 마음을 털어낸 듯 내 생각이 인정 받은 느낌이다.


휴식을 취할 때 반드시 책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책은 사회적 욕구를 채워주는 면이 있다. 상처받고 지친 날에 읽을 책 한 두 권 정도를 정할 수 있다면 좋은 친구만큼이나 든든한 지원자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직접 선정한 좋은 책 몇 권이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아픈 충고를 해줄 수 있지만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집에 몇 권 정도는 곁에 두고 가까이 할 수 있다면 삶이 힘들 때 조금 더 쉽게 일어날 수 있고 마음도 조금 더 풍족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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