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join the majority. / 여성서사의 무기력 소설.
집에 가려면 골목을 지나쳐야 한다. 회사와 가까워진 대신 이 집은 깊은 골목 안에 있다.
여자 혼자 살기 위험할 것이라는 말을 어찌나 둘러서 말을 하는지, 중개사가 혼자 살게 될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겁이 없는 편은 아니다. 그랬던 것 같다.
어려서는 꽤 겁도 많아서 작게라도 불을 켜고 잤다.
그런 나를 위해서 어느새 방구석에 작은달 조명이 피어있기도 했다.
이러나저러나 이제는 어둠이 무섭지가 않다.
다만 한 가지 있다면 옆 건물의 어느 집이다. 그 집에서는 사람들이 웃는 소리와 뜨거운 밥 냄새가 난다.
조용하고 어두운 골목만큼, 구수한 밥 냄새만큼만 슬프다.
나는 슬프고 우울한 것이 더 두려웠다.
어제 온 비 때문인지 거리에 물 웅덩이가 가득했다.
골목은 어둡고, 웅덩이는 많아서 피할 수는 없었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나는 오늘이 유독 피곤했다.
복도에는 해가 들지 않는다.
이 건물은 남향이고 복도는 북쪽에 있다.
복도가 먹을 햇빛을 우리 집이 다 먹는다. 그전에 나무의 잎 하나하나가 광합성으로 햇빛을 다 먹는다.
그렇게 잎도 키우고 벌레도 먹여 살린다. 그리고 남은 내가 집에 들어오는 벌레를 다 죽인다.
집까지 가는 복도에 달빛이 내린다.
해가 이 집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무언가를 죽이기 위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그리고 나는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니 말이다.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야 한다는 속설을 꽤 깊이 믿었다. 북쪽은 죽은 자의 방향이다.
그렇다면 묘 안 유해의 두개골을 남쪽으로 둔다고 하여서 그가 살아날 것은 아니다.
다만 살아있는 모든 이들이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잔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완벽한 남쪽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동남쪽이든, 동서 쪽이든, 서쪽이든, 동쪽이든.
북쪽이 아니면 나는 살아있는 이들과 머리를 한 곳에 하고 자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이내 나는 북쪽에 머리를 두고 잤다.
어쩌다 본 한 문장 때문이다.
join the majority. 다수에 합류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맥 속에서는 죽음을 의미한다.
여태 세상에 태어난 사람 중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다.
그렇게 죽으면 이 세상의 과반수에 속한다는 것이다.
나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졌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라면 더욱 좋다.
이 문장을 본 후로 북쪽에 머리를 두었다.
그때부터 나는 집과 함께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