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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끼 Jul 08. 2023

물 먹는 하마가 먹는 물은 무슨 물일까

 "공기에 습기가 가득 찰 때마다 물 먹는 하마는 열심히 그 물을 꿀꺽꿀꺽 받아 마실테다.

 산성, 오염, 금속- 물, 물 먹는 하마 - 따위를 생각하다가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콧속에서 수영장의 소독된 물 향기가 난다."






 수영을 배운 지 일주일 차.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수영장 물을 한 대야씩은 마시는 것 같다. 숨을 들이쉴 타이밍을 놓쳐 다급하게 고개를 불쑥 쳐들었다가, 그 반동으로 빠르게 물속으로 고개를 처박으며 활강했다. 들숨 한 번에 물 반, 공기 반. 날숨 한 번에 뽀그르르, 거품 반, 물 반.

 이건 뭐 물 먹는 하마도 아니고.



 강습이 끝나고 차에 오르는데 날씨가 꿉꿉하다. 공기에 묵직하게 스며든 습기가 눅눅하게 피부를 누른다. 공기 중의 습기를 마시자니, 또 수영장 물의 소독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제습기를 사야 하나, 일단 집에 가는 길에 물 먹는 하마라도 하나 사다가 옷 사이에 끼어둘까, 생각하다가 문득, 물 먹는 하마가 먹는 물은 무슨 물일까-생각했다.

공기 속에 있는 물이니까 빗물과 비슷하려나. 같으려나.



 그러고 보면 내가 어릴 적에는 산성비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며 뉴스에 많이도 나왔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우리나라의 비는 약산성이고, 요즘에야 산성 샴푸도 많이 쓰니 비의 산성 농도는 인체에 큰 악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글을 보고, 어릴 적에 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에 비가 내리면 죽어라 달렸던 것이 퍽 억울해졌었지.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건 또 아니라는 글을 보고 다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요즘은 미세먼지와 각종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에 대한 심각성이 끝없이 나온다. 탄소, 황산염, 유해금속성분....... 비가 내릴 때마다 그 찌꺼기를 가득 머금고 내릴 테고. 공기에 습기가 가득 찰 때마다 물 먹는 하마는 열심히 그 물을 꿀꺽꿀꺽 받아 마실테다.



 산성, 오염, 금속- 물, 물 먹는 하마.

 - 따위를 생각하다가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콧속에서 수영장의 소독된 물 향기가 난다. 아닌가, 소독 향이 아니라 공기 중에 있을 법한 금속의 비린 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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