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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끼 Sep 20. 2023

미래를 바라는 마음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닮았다




‘유니콘’, ‘천사’, ‘순수’, ‘사랑’ 

(…) 실로 사람들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만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존재해 본 적 없는 것도 그리워한다. 부재를 견디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소진되는 생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과거만 덧칠하는 사람은 지루하고, 미래만 바라는 사람은 멋이 없다. 나는 자주 지루하고 멋이 없어지곤 한다.


 멋이 없는 김에, 나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모습을 보일 때 위안을 얻으며 안도하기까지 한다. 남들은 유쾌하게 현재를 즐기는데 나만 지루하고 멋이 없는 건 견디기 어려운 일이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고, 많은 이들이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물론 과거는 어느 정도 미화나 재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모든 추억거리가 사실은 아닐 것이다. 그리워한다는 건 사랑하여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니까 추억보정, 소위 콩깍지가 끼는 건 사랑의 당연한 속성일 것이다.     



 재미있는 건,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것들조차 그리워한다는 거다.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절절한 사랑을 해본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 그런 사랑이 그리워 마음이 애달프다. 완벽한 사랑의 존재를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순수했던 적도 없으면서 순수했던 시기를 그리워하고, 신이나 천사를 본 적도 없는데 그들의 존재를 간절히 그리워한다. 마치 내가 그 존재들과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 순간을 잃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과거의 존재했던 것을 그리워하는 것보다, 한순간도 그 존재를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그리워할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미래를 소망하고 바라는 마음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참 닮았다.

 우리는, 아니 이건 일반화의 오류지. 지루하고 멋이 없는 나는, 존재를 본 적도, 소유해 본 적도 없는 무언가를 속이 쓰리도록 바란다. 내 것이었던 적이 없는데, 소유권을 주장하는 마트 안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처럼. 마치 그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다.’ 그런데 잃어버린 게 뭐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잃어버리고 놓치고 있다는 감각만이 선명하니, 대상조차 모른 채 늘 그리워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미치도록 사랑하여 그리워할 대상이 없으면 삶을 지탱할 수 없으니, 부재라는 허상의 대상을 사랑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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