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사랑한다는 것

우리가 약속한 기준점 위에서 더 오래 살아가는 법

by Sam의 기억 궁전



나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것은 단순히 시계를 바라보며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는 삶의 기술이 아니라,
인류가 ‘살아간다’는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약속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시간은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의 입장에서는 그저 입자들의 변형과 운동이 있을 뿐,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기억하고, 예측하고, 기다리는 존재이기에, 시간은 필수였다.
그래서 우리는 ‘1초’, ‘1분’, ‘하루’, ‘1년’이라는 단위를 만들고, 시계와 달력이라는 기호를 통해
삶에 순서를 부여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왔다.

그리하여 시간은 물리적 현상인 동시에, 인식의 구조이며, 감정의 그릇이 되었다.
어느 날의 5분은 영원처럼 느껴지고, 어떤 해의 1년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시간은 평등하지 않다.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질량을 가진다.



문학과 영화는 이 ‘약속된 시간’을 해체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닥터 후》는 시간의 직선성을 해체하며,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인간의 감정과 윤리를 탐색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만들어 인생의 순리를 뒤집는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안에서 사랑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준다.
《어바웃 타임》은 ‘다시 살 수 있는 하루’라는 마법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백 투 더 퓨처》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을 넘나드는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통찰을 준다.


이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무한히 확장된다.”



현대인의 기대수명은 약 80세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생에서 단 80번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의미를 진짜로 느끼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개 10살 이후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는 70번, 아니 60번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 수치는 너무 적고, 너무 소중하다.

어느 날, 달력을 넘기며 생각했다.
“아, 이제 내 생일도 30번쯤 남았겠구나.”
그 순간부터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기회 수의 제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정된 기회.
그것은 우리에게 선택의 중요성과 몰입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다.



나는 시간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확장하는 실험을 좋아한다.

매일 아침 2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이보다 하루를 먼저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고, 걷고, 글을 쓰고, 사색한다면,
그는 이미 자신만의 시간 축에서 하루를 더 살아낸 것이다.

이런 삶을 매달 반복하면, 1년에 12일, 평생에 1년 이상을 더 사는 셈이다.
놀랍게도, 이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깊이’를 부여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도전자들이 거는 ‘시간이라는 코인’을 사랑한다.

무엇이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먼저 돈이 아니라 시간을 쓴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결과를 알기까지는 반드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도전자는 언제나 자신의 시간이라는 ‘코인’을 꺼내어 배팅한다.

그 코인은 단순히 시계 속의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휴일,
그냥 넘길 수 있었던 저녁,
잠시 쉬어갈 수 있었던 몇 달을
목표를 위해 기꺼이 교환하는 용기이자, 신념의 화폐다.

도전은 항상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 시간을 건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인생의 방향을 선언하는 행위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시간이라는 코인을 꺼내 들고, 새로운 무대 위에 서게 된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고,
시간을 사랑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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