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의 한 카페.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세요"
(アイスアメリカーノください)
그 순간, 옆자리의 60대 남성이 살짝 웃으며 말한다.
“예전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멋진건 없었어요. 그냥 아이스 커피라고 했죠"
(昔はね、アイスアメリカーノなんて洒落たもんはなかったよ。みんな“アイスコーヒー”って言ってたんだよ)
같은 커피 같지만, 무언가 다르다는 듯한 어조. 그리고 나는 생각에 빠졌다.
‘아이스 커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과연 무엇이 다를까?
일본에서 ‘아이스 커피(アイスコーヒ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1960~80년대 키사텐(喫茶店) 문화의 상징이다.
짙은 색의 진한 드립 커피를 얼음 잔에 붓고, 설탕 시럽과 프레시 크림을 함께 내던 방식.
점잖은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안에서, 짙은 커피향과 함께 담배를 피우던 중년 남성들의 시대.
아이스 커피는 일본의 ‘어른스러운 음료’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스타벅스와 블루보틀 같은 글로벌 체인의 유입으로 새로운 언어가 등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アイスアメリカーノ).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뒤 찬물을 부어 희석한 이 서구식 커피는, 일본의 전통 커피 문화에 균열을 냈다. 가볍고 산뜻하며, 무엇보다도 ‘설탕 없이 블랙으로 즐기는 것이 기본’인 스타일.
젊은 세대는 이 새로운 방식에 빠르게 익숙해졌고, 아이스 커피는 어느새 과거의 취향이 되었다.
간단히 보면 그저 ‘방법의 차이’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만드는 맛의 기억은 전혀 다르다.
아이스 커피: 진한 드립 커피를 뜨겁게 내려 얼음에 붓거나, 콜드브루로 추출
아이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 찬물
아이스 커피는 바디감이 깊고, 쌉싸름하며, 여운이 진하다.
그에 반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깔끔하고 산미가 느껴지며, 가볍다.
마치, 오후 4시의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문고본과 오전 11시의 텀블러 속 도시적인 브런치처럼
그들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정서를 대표하고 있다.
현대적 카페에서도, 전통적인 다방(喫茶店)에서도 아이스커피(アイスコーヒー)라는 말이 가장 자연스럽다.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가장 곤란한 경우도 여기서 생긴다.
심지어는 “아메리카노?”라고 말하면서, “드립커피 드실래요?”라고 되묻는 곳도 있다.
그들은 여전히 아이스 커피를 진한 맛+시럽+프레시 크림으로 완성된 하나의 양식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신세대 카페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기본이다.
블랙으로, 스트로 없이, 노트북을 두드리며 마시는 그 모습은 이제 도시인의 커피 습관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는 이 두 음료가 ‘같은 커피’가 아니라 ‘다른 문화’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아이스 커피는 향수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흐름이다.
하나는 머무름을, 하나는 이동을 의미한다.
전자는 앉아서 천천히 마시는 커피이고, 후자는 걷거나 일하며 마시는 커피다.
이처럼 단순한 음료 하나에도 시대의 감각, 소비자의 정체성
카페라는 공간의 의미가 다층적으로 담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차이를 “취향”이라고 부르며 선택한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커피를 「코-히-」로 발음하기 때문에 주문시 명확하게 전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