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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Jan 29. 2024

주간 새미일기

2024.01.22(월)~2024.01.28(일)

2024.01.22 (월)

나에게는 올해 8살(만 6살)이 된 조카가 있다. 내 친동생의 첫째 아들이자 나에게도 첫 조카인 그 친구는,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다. 사람 성격이라는 게 모두 한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그저 낯을 가린다는 것으로 그 아이의 성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어서 참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낯을 가린 다기엔 사회생활은 다 잘하는 편임으로;;) 단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6년 넘게 본 친이모인 나에게도 인사를 잘하지 않는 아이다. 음... 애정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아무튼 원래 그런 타입이다.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도 거의 없고, 무언가를 해줘도 별로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나도 그 아이를 6년이나 보아왔으니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동생 번호였다. "여보세요?" 몇 초간 답이 없었다. '잉? 버튼을 잘못 눌렀나?' 싶은 생각이 드는 찰나에 "이모"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첫째 조카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내 얼굴을 보고도 인사를 잘 않는 친구다. 전화를 할리가 만무하다. 나한테 전화를 건 것도 처음인 듯하다. 그래서 내심 좀 놀랬다. (사실 좀 오버하면 심장이 덩컬했다. 좋은 의미로) "응~ 가온이야?? 응응 왜???" 와... 진짜 너무 궁금하지 않은가?(심지어 조카랑 통화하면서 떨리는 지경) 그런데 몇 초간의 침묵뒤의 아이의 대답은 더 놀라웠다. "이모를 초대하고 싶어서 전화했어~" ㅇ0ㅇ??? "이모를???"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동생네는 바로 옆동네다 심심하면 놀러 가는 게 동생네인데, 그래서 너무 자주 가면 때때로 왜 이렇게 자주 오냐며 핀잔을 주던 조카였다. 그런 조카가 나를 초대하다니!!!!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하다니!!! 진짜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마음은 무척 흥분되었지만 최대한 차분히 물었다. "언제 언제??"(이미 말투가 차분하지 못함.) "오늘이나 내일 저녁 먹을 때쯤에..." "아!!! 그럼 이모가 내일 가도 될까??" "응" "우와 이모를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가온아!! 내일 가을이 여름이랑 갈게!" 초대해 줘서 고맙단 말은 두 번 이상 했던 것 같다. 그다음엔 너무 흥분해서 가온이가 뭐라고 말하고 끊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응 끊을게~"와 같은 담백한 인사였다. 모르겠다. 조카가 정말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나를 초대하고 싶어서 전화까지 걸었는지는... 뭐 별생각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것이 별것이 아닌 게 아니었다. 그 아이를 지금까지 보아온 나로서는, 그렇게 전화를 걸어 초대를 한 그 행동 자체가 무엇보다 특별한 것이었다. 어떤 마음이었건 고마웠다. 이모에게 그렇게 표현해 주었다는 것이.... 진짜로 감동이었다. 아 이런 감동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는지 잘 모르겠다. 마음을 쉽게 나누지 않는 친구다... 그런 아이가 그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주었다는 것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 순간 나를 생각해 주었다는 것이 고마웠다. 이 일기를 쓰는 지금도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나도 안다. 이모의 주책이라는 거... 나에게는 정말 특별한 너인데, (첫째 조카가 어떤 느낌인지 아는 사람!!) 네가 커갈수록 뭔가 멀어지는 것 같고,  어려워지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렇게 손 내밀어주어 이모는 얼마나 감동인지 모른다. 네가 태어나고, 너네 집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네 행동 하나하나에 웃음 지었던 그날들이 갑자기 떠오른다. 눈물이 광광... 아 그만해야겠다... 내일 눈 팅팅 붓겠네...


2024.01.23 (화)

오늘 조카의 초대를 받고 동생네 놀러 가는 날이었는데, 조카가 열이 나서 유치원에서 하원도 일찍 했다. 나는 조카가 몸이 안 좋으니 당연히 오늘은 못 가겠다 싶었다. 그런데 조카가 그래도 이모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뿌잉...)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 조카네 놀러 갔다. 열이 나서 몸이 좋지 않음에도 조카는 다정한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그렇게 같이 놀다가, 이모를 왜 초대하게 됐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누가 어쩌다 그 주제를 꺼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조카가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모가 보고 싶어서..." (크억...ㅠㅠㅠ 심장어택....ㅠㅠ) 앞서 말했듯이 조카는 애정표현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오히려 반대로 딴소리를 할 때도 많다. 왜 이렇게 자주 놀러 오냐고 핀잔을 주는 말도 사실은 놀러 와서 반가운데 반가운걸 반갑다고 하기가 부끄러우니까 괜히 핀잔을 주는 것이다. 그런 조카가 이모가 보고 싶어서 초대했다고 했다...ㅠㅠㅠ 그런 마음을 가져준 것도 고마운데, 그 마음을 그렇게 있는 그대로 말해준 것도 너무 고마웠다...ㅠㅠㅠ 오늘 이모 생일이야?ㅠㅠㅠ 얼마나 드문 일이면 내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일기까지 쓰겠는가 ㅋㅋㅋㅋ 난생처음 있는 일이다 ㅋㅋㅋㅋㅋ 암튼 오늘 저녁은 가온이 덕분에 너무 행복한 날이다.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데, 나에게 이렇게 너의 마음을 돌려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사랑해! 이가온!


2024.01.24 (수)

여름이가 어린이집에서 오감활동으로 “의사 선생님”이 되어보는 놀이를 했단다. 활동복 입는 거 엄청 싫어하는데 웬일로 의사 가운은 선생님이 살살 달래서 어찌어찌 입었단다. “나 의사야” 하면서 주사를 많이 놓아주길래, “여름이 커서 의사선생님 할 거야? “하고 선생님이 물었단다. 그랬더니 그의 대답. ”아냐 아냐 자동차 할 거야! “ ㅋㅋㅋㅋㅋㅋㅋ 장래희망 = 자동차 ㅋ 너답다 ㅋㅋㅋㅋㅋ


2024.01.25 (목)

나는 책 읽는 것을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책 읽기에도 제 나름의 '깜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실 내가 읽는 책이 총 몇 page인지 확인을 하고 읽지는 않는데, (내 남편은 어떤 책을 읽던지 읽기 전 늘 맨 먼저 총 page 수를 확인한다.) 일반적인 소설이라고 했을 때 한 손에 들기 어렵지 않은 책이라면 부담 없이 읽는 편이다. (이 얼마나 추상적인 셈법이냐만은ㅋㅋㅋ) 물론 책의 내용이 어렵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지금은 '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아직까지 한 번도 권수가 3권 이상되는 긴 책은 다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1~2권 읽다 말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내가 가장 많은 권수를 읽은 책이 '태백산맥'이었는데, 6권까지 읽고 흐지부지해져 버렸다. ('태백산맥'은 총 10권 짜리였다.) 작년에는 (재작년인가;) '안나 카레니나'에 도전했는데 역시 절반 정도 읽고 손을 놔버렸다. 결국 나의 깜냥은 아직 그 정도가 되지 못한 것이다. 흔히 벽돌책이라고 말하는 두꺼운 책이나, 권수가 3권 이상 되는 책을 다 읽을 깜냥이 나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읽고 있는 어떤 책에서 저자가 그랬다. 천천히 읽으라는 것이다. 하루에 10쪽 정도만 읽는다 생각하고, 천천히 완독 하면서 마음껏 기록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얘기다. 이렇게 책 한 권이 머릿속에 정리되는 경험을 하고 나면 어려운 책을 만나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올해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러시아 배경이라 사람들 이름도 너무 길고 (그리고 이름이 기니까 짧게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헷갈렸었는데, 2번째 읽게 되면 훨씬 낫겠지 싶었다. (이번에는 이름들을 좀 적어가면서 읽어봐야겠다.) 1500page가 넘는 그 책을 다 읽는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나에게도 벽돌책을 읽을 수 있는 깜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목표가 생기니 설렌다. 올해 안에 꼭 이 한 권을 다 읽는 경험이 나에게 남기를 기대한다.


2024.01.26 (금)

내가 저녁에 자유시간을 갖고, 10시가 다돼서 집에 돌아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름이만 아직도 잠을 안 자고 있다. 남편도 재우다 포기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아빠한테 혼나서 시무룩해 있다가 내가 돌아오니까 반가웠는지 해맑은 표정으로 "엄마랑 놀고 싶어!" 한다. 9시쯤부터 재우기 시작했다는데 여태 안 자니 아빠한테 혼나지ㅋㅋㅋㅋ 자 이제 엄마 차례다!ㅎ 아이를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온 나는 제법 충천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 옆에 누워 잠은 안 자고 자꾸만 말을 거는 아이도 이쁘다. 아이도 내 기분이 좋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저렇게 애교를 부리며 말한다. "예쁜 엄마 사랑해요~" 이 짧은 말에 담긴 행복은 엄마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다. 엄마가 좋은 기운으로 다정한 말들을 하면 아이도 그렇게 한다. 아이와 그렇게 꽁냥 거리고 놀다가 아이는 결국 11시도 넘어서 잠이 들었다. (결론= 엄마의 행복 그리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자유시간은 꼭 필요하다.)

2024.01.27 (토)

나는 아이가 그린 그림을 좋아한다. 일부러 그렇게 따라 그리려 해도 그릴 수가 없는 그 시기만의 그림체가 나는 너무 좋다. 서툴지만 자유롭고, 미완성인 듯 하지만 너무나 충만한 그림들. 쓱쓱 대충 그려도 어쩜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어제는 첫째가 유치원에서 만든 초코칩 쿠기라며 색종이로 봉투를 만들어 담아왔다. 역시 색종이로 만든 초코칩 쿠키였다. 엄지손가락 한마디 만한 조그만 쿠키들이 얼마나 맛나 보이던지. 바삭바삭 달콤한 초코향이 나는 듯하다. 어린이 시절의 너의 그림들을 전부 다 붙잡아 두고 싶다. 나에게는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어린 시절의 너의 그림들이 몇곱절 더 멋지다. 




2024.01.28 (일)

가을이는 질투가 많은 편은 아닌데, 동생이나 다른 아이를 칭찬하는 모습에 종종 질투심을 드러낸다. 어른들이 다른 아이를 칭찬할 때면 "나보다 여름이를 더 좋아하는 거야?" "나는?" "다들 오빠만 좋아하는 거야?" 하고 묻고는 한다. 그럴 때면, 가을이에게도 충분히 칭찬도 많이 해주고 사랑도 많이 줬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질투를 할까 싶었다. 그래서 때로는 한숨을 폭 쉬며, 그런 걸 왜 또 그렇게 묻냐는 듯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문득 그런 마음을 밖으로 뱉어낼 줄 안다는 것이, 즉각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질투를 느껴도 그 질투를 표현하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말 못 하고 참는 것보다 표현하는 것이 나은 것일 수 있겠다 싶었다. 질투가 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어서 칭찬이 사랑의 척도가 아님을, 고로 너 또한 더없이 사랑받고 있음을 알려 줄 수 있게 해주는 아이에게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마음이든 나쁜 마음이든 어떠한 마음이든 네가 언제나 나에게 그러게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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