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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새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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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새미 Nov 27. 2020

가을, 그 찬란한 이름에 대하여

그 찰나같은 계절에 나는 아이를 낳았다.

내가 만든 한복을 입은 가을이와 함께 찍은 가족 사진


바이러스와 기나긴 장마 그리고 태풍으로 여름마저 빼앗기고 얻는 가을이건만,

야속하게도 가을은 참 짧다.


여름이 가면서 간다고 말을 안해주니,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열린 창문에 이따금씩 재채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 이제 가을인가?’ 했는데


가을 하늘 예쁘다며 찰칵 거리다 보니 어느새 선선한 바람은 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 이따금씩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면서

‘어? 이제 겨울인가?’ 하게 되었다.


어느 백과사전에서는 3~5월을 봄, 6~8월을 여름, 9~11월을 가을, 12~2월을 겨울이라 하던데,

우리가 누리는 가을은 그 백과사전의 생각만큼 길지는 않은 것 같다.


여름이 “안녕~”하고 가는 뒷모습 바라보며 손흔들고 있을 때쯤

어느새 겨울이 찾아와 “안녕!”하며 인사하기에 돌아보는 그 찰나.

그 찰나같은 계절에 나는 아이를 낳았다.


그래서 내 아이의 이름은 “가을”


나는 가을보다 여름을 즐기는 사람인데다

가을에 마음을 빼앗겨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제는 누구의 이름보다 더 많이 부르게 된 그 계절이 마음에 앉아서 일까.


올 가을은 유달리 반가워 더 유심히 보게 되고 

즐기지 못한 여름이 아쉬울세라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내가 되었다.

그 색감이 그 햇살이 그 바람이 그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웠었나 새삼스럽다.


가을, 그 계절에 취해갈때쯤

낙엽은 머리 위가 아닌 발 밑에 수놓아졌다.

낙엽을 밟으며 제대로 들어본적 없던 가을의 ‘안녕~’을 들었다.


가는 모습마저 아름답다며 감탄하려니 그 짧은 찬란함이 더욱더 아쉽다.

문득 또 사진을 찍다가 몰려드는 아쉬움이 우습다.

지금의 이 가을이 마지막 가을인것마냥 구는 내가 말이다.


아마 가을이를 보는 내 마음인가보다.

사랑스럽고 예쁜 내 아이의 시간들이 빠르게 흘러 짧은 것만 같다.

‘어? 나한테 딸이 생겼네?’ 했던게 어제 같은데,

‘어? 벌써 다 혼자하겠다고 하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나라는게, 내가 모든걸 다 해주어야 한다는게

버겁고 힘들어서 울먹거릴 때가 얼마전인데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없어도 된다는 사실에 울먹거릴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는게 우습다.


그 맑고 청명함으로 나를 벅차오르게 했던 가을날 처럼,

아이도 수많은 감정들로 나를 벅차오르게 하곤 훨훨 날아가겠지.


계획대로 내년에 어린이집을 보내게 된다면,

아이의 인생에서 지금까지가 나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긴 시절일텐데

이 시간들의 찬란함을 누리는 내가 되기를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황홀했던 것처럼

짧고도 아름다운 이 시간이 그렇게 황홀하기를


육아의 겨울이 와도 이 가을을 기억하기를

내 아이가 가을이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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