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겹겹이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는 일을 좋아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결이라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르면서도
그 끝없는 너울질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나는 겹겹이 넘실대는 산등성이를 바라보는 일을 좋아한다.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는 산들이건만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 헤매이면서도
그 끝없는 첩첩산중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저 파도 뒤에는 또 어떤 파도가 오려나
이 끝없는 파도들 뒤 수평선 너머의
알 수 없는 세계를 바라보는 일은 벅차오르는 일이다.
저 산 넘어 그리고 그다음 산 넘어 너머에는 또 어떤 산이 있으려나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겹겹의 산중 너머의
알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파도와 산등성이를 바라보는 일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고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이 끝없는 자연을
내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해서, 벅차서, 설레어서 좋은가보다.
그래서 눈에 다 담지도 못할 것을 그렇게 바라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