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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개미 Jun 10. 2021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생각법

공황장애 극복을 위한 '대안적 사고법'

    

    

    

      

     

     



정신과 전문의가 쓴 칼럼에서 “공황장애는 솥뚜껑을 보고 놀라는 것과 같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의 사고는 극심한 두려움을 경험했던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되면 자동적으로 그것을 공포로 인식하는 연결 구조를 갖는데, 그런 현상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에 비유한 것이다. 자라의 등처럼 생긴 솥뚜껑을 보고 두려워하는 것, 공황장애는 그런 병이었다.


실은 매번 공황발작이 올 때마다 반복해서 떠오르던 생각이 있었다. 이곳에 갇혀 있다는 생각, 내가 원할 때 내릴 수 없다는 생각, 당장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심장이 두근대고 호흡이 가빠지는 신체 증상과 동시에 팝업처럼 튀어나와 두려움을 일으키고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이 생각은 자라일까, 솥뚜껑 일까?


 선생님, 도대체 왜 자꾸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오르는 거죠?

선생님 공황이 오면 이성이 마비되기 때문입니다. 이성이 마비되어 작은 불안 요소를 크게 확대 해석하는 거죠.

 그럼 이런 생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선생님 생각을 바꾼다는 건 왜곡된 사고를 스스로 인지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먼저, 평소 증상이 있을 때 들었던 ‘두려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올바른 생각’으로 고쳐보세요. 그렇게 고친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공황 상황에서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을 ‘대안적 사고법’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세경 님에게 이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그날 나는 집에 돌아가 진료실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해보기로 했다. 공황 증상이 있을 때마다 두려움을 유발하던 생각을 떠올려보고, 이를 올바른 생각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이런 생각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며, 구체적인 수치나 통계자료가 있으면 더욱 좋다고 했다.


일단 출퇴근길의 공황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공황 증상이 있을 때 어떤 생각이 두려움을 유발했는지 생각해봤다. ‘갇혀 있다’는 생각 외에도 ‘내가 원할 때 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다르게 해석할 순 없을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말이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 나는 다음과 같은 대안적 사고를 마련할 수 있었다.


[바꾸기 전] 내가 원할 때 내릴 수 없어.

[대안적 사고] 지하철 한 구간의 평균 소요 시간은 3분 정도로 길지 않아. 어떤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잠시 후면 이곳에서 내릴 수 있지. 지하철은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길어 봤자 3분이면 벗어날 수 있는 매우 자유롭고 안전한 곳이야.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면, 생각의 오류를 찾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미약한 공황 증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 과정 또한 공황장애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약에 의한 증상 조절에 만족하지 않고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나를 괴롭히는 두려운 생각이라는 게 사실은 자라가 아닌 솥뚜껑이라는 걸 스스로 깨우쳐야만 한다.


대안적 사고법의 장점은 공황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거다. 일례로 어떤 걱정거리나 불편한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나기 힘들 때가 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의 걱정을 계속하는 게 내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지?’ 내지는 ‘이 불편한 생각을 이어가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라고 말이다.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불편한 생각을 곱씹는 것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고, 점차 불편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대안적 사고법을 통해 공황 상황에서 늘 동반되던 두려운 생각을 바로잡고 일상에서도 건강한 생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공황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도 자신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꼭 공황장애 환자가 아니더라도 이 방법을 통해 생각을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보길 권한다.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알고 보면 그 상황에 대해 제각각의 해석을 하기 마련이다. 생각을 들여다보는 일은 행복한 일상을 위한 첫걸음이며, 건강한 생각과 함께 우리의 몸과 마음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 평범한 회사원의 공황장애 극복 에세이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에 수록된 글/그림 입니다.

글/그림: 김세경(꽃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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