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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마스크

분노, 시기, 질투의 감정을 덮는 수단

by 이정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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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
20. 책임감 없는 사람


故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가사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depositphotos.com


'자존심 하나가 남았다는 가사' 한 구절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배 나오고 어깨 처진 중년 남자 눈시울을 툭하고 건든다.




코로나 때문에 썼던 마스크를 이제는 벗어도 된다는 발표에도 많은 사람들이 잘 벗지 않는다.

마스크가 주는 여러 장점들을 느꼈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saksit - stock.adobe.com

회의 시간에 고스란히 나타나는 내 감정을 감출 수 있고

풀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고

뉴스 게시판의 익명 댓글 주인공처럼 나를 드러내지 않고 다닐 수 있고

대화도중 눈으로는 웃고 입으로는 욕을 해도 들키지 않고

가장 자신 있는 눈으로 이성에게 신비감이 들게 할 수도 있다.


답답함만 참을 수 있다면 마스크는 모든 게 노출된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작은 나만의 공간인 셈이다.



KF94 마스크는 호흡기를 가리지만
성격 마스크는 성격을 가릴 수 있다.


Photograph: Jon Helgason/Alamy


사회심리학에서 성격마스크는 "개인이 사회에 순응하기 위해 위장하는 성격이나 행동"이라고 본다. 오랜 옛날 셰익스피어 소설에서도 언급될 정도의 성격마스크는 현재를 거쳐 앞으로도 사람들의 생존 본능과 함께 변화할 것이기에 사람들은 결코 '성격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성격마스크는 "개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기대에 맞춰 생존하고자 하는 본능으로 시작하는 후천적이고 환경적인 변화"로 생긴다. 자신 마음속에서 말하는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지만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 개인은 생존 대처를 위해서 또는 심리적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 아니면 사회적 규범에 맞추기 위해 성격마스크를 쓰게 된다.


성격마스크는 분노, 시기, 질투의 감정을 위장한다.



왜 성격마스크를 쓸까?

왜 성격마스크로 개인의 감정을 왜곡해서 표현하고 억누르고 은폐할까?


가장 큰 원인은 상대와의 관계다.

상대가 나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있거나, 계급이 더 높거나, 내게 급여를 주는 사람이거나 하는 경우에 상대가 원하는 쪽으로 자신을 맞추기 위해서 쓴다.


'을'이 성격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갑'을 위해서다.


성별에 따라 성격마스크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성격마스크를 더 많이 사용해서 감추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


심리학자 테레사 데이비스(Teresa Davis)에 따르면 이는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순응의 사회적 기대치가 더 크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이고

나쁜 말로 표현하면 자기 자신을 숨기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성격마스크는 자존감을 지키고 마음의 상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피로를 일으킨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마음속에 쌓이는 감정의 찌꺼기는

안산술공방의 진짜버터막걸리 한 잔으로 툴툴 털어내 보시길.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 source: medium.com/@hashim.alz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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