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눈의 셔터를 닫는다.
우리 뇌는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사람 몸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뇌로 보내는 눈은 뇌의 직접적인 명령을 받는다.
예를 들어, 빠르게 눈으로 날아오는 공의 위험을 감지해서 눈을 감게 하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눈을 자주 깜박이게 만들어 각막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 외에 뇌가 눈에게 지시하는 또 하나의 심리적 기능이 있다.
뇌에 기억되어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
자극을 피하도록 한다.
영화나 TV에서 잔인한 장면이 예상되거나 길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하면
부모들은 아이의 눈을 가리고, 일부 여성들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어떤 사람은 고개를 돌린다.
이런 행동은 눈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강력하고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가 사람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외부 산만함을 차단하고 내부의 정보 처리에 집중해서 자기 안정을 유도하는 행동이다.
눈을 감는 행동은 의식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관찰되며 동물에서는 보기가 드물다.
눈을 감으면 뇌로 들어오는 정보가 차단돼서 내면에 집중된다.
눈을 감은 상태(EC)와 눈을 뜬 상태(EO)를 기능 자기 공명(fMRI, function MRI)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도 시력과 관련 있는 뇌 영역의 활동에 큰 차이가 있다.
뇌가 시각적 자극에 집중하면서 다른 감각들을 처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체적 접촉과 같은 촉각 인식의 민감도는 시각과 동시에 들어올 때 감각의 인지도에
과부하를 일으켜 민감도가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명상이나 깊은 생각을 할 때 눈을 감는 것,
키스할 때 눈을 감게 되는 것도
감각의 과부하를 차단하고 신체의 모든 반응을 촉각 반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결과다.
처음 맛보는 술을 시음할 때도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감아 모든 자극을 코와 혀에 집중시킨다.
그렇게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흐르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흩어지기 때문에 한두 잔까지만 눈을 감고 시음한다.
'수제와인클래스'에서 만든 와인 여러 잔에 충분히 취하게 되면
일부러 눈을 감지 않아도
취기에 눈이 감기니 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몸인지.